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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빛의 속도로 빚 늘어나는 지방공기업
지방공기업 부채 증가가 심상치 않다.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 사정은 훨씬 나쁘다. 우리 경제의 ‘숨어 있는 뇌관’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방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방자치단체 출자비율 50%가 넘는 지방공기업 379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자체 예산 대비 채무 비중이 2003년 27%에서 2011년 절반에 가까운 48%로 급증했다. 21조원이던 부채규모는 이 기간 사이에 67조원으로 2.5배나 늘었다. 연평균 16%로 가계(9%), 민간기업(7%)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지자체 채무에 포함되는 직영 기업을 제외하면 평균 증가율은 22%대로 껑충 뛴다. 이런 추세라면 100조원을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방공기업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면 지자체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지역주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지방공기업 부채 역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방공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세세히 들여다보면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다. 가령 조사 대상의 38%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다고 한다. 사업을 할수록 빚이 더 늘어나는 악성 구조인 셈이다. 왜 이런 상태가 방치되고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민간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떨어져 겨우 50%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런 판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공기업 부채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남유럽에서 촉발된 재정위기도 따지고 보면 지방공기업 부실 탓이 크다. 지방정부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중앙정부까지 파급을 미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채무와 공기업 빚이 1000조원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부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리라고 스페인 이탈리아 짝이 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획기적인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에 당장 나서야 한다.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부터 버리는 것이 그 시작이다. 전시성과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광역 시도에 도시개발공사가 있는데 굳이 시군구 단위의 도시공사를 둬야 할 이유는 없다. 지방공기업 설립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난립을 방지하고, 사후 재정감시 활동도 대폭 강화한다. 민간 관점에서 보면 해법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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