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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잇단 유해물질 사고 안전불감증이 문제
불산과 염소 가스가 누출된 경북 구미시에 이번에는 대형 유류 저장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저장된 벙커B유를 탱크롤리에 옮기다 가스가 새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이다. 20만ℓ짜리 용량이지만 4000ℓ만 기름이 들어있어 그나마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40만여 구미시 주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사고로 패닉 상태에 빠질 지경이라고 한다. 불산 누출사고로 주민 1만여명이 검진을 받은 게 엊그제인데 이런 아찔한 사고가 또 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불과 일주일 새 벌써 세 번째다. “당장 이사 갈 곳을 알아봐야겠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에는 원망을 넘어 분노가 서려있다.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유독물질 사고가 잇따라 터지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이번 사고만 해도 폭발한 탱크는 1999년 설치 이후 단 한 차례도 정밀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소방서 관계자가 수시로 찾아 소화기가 비치됐는지 정도만 살피는 게 고작이었다. 탱크 폭발 이틀 전에 발생한 염소가스 누출은 정화용 송풍기 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작업을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그 직전의 불산혼합가스 유출도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이다.

부실한 관리 감독 체계도 문제다. 구미산업단지만 해도 160여곳의 유독물질 취급 업체가 있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한두 명뿐이다. 그것도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어 가끔 하는 형식적 점검조차도 감당이 어렵다. 그러다 사고가 터지면 안전대책 회의를 열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등 부산을 떨기 일쑤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평소 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고는 언제든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구미뿐이 아니다. 울산 여수 등 석유화학설비가 집중된 산업단지는 사고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다. 게다가 이들 단지는 조성한 지 40, 50년이 지나 배관과 저장탱크 등이 낡아 더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해당 기업들이 안전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사고를 낸 기업 중에는 굴지의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첨단 제품 하나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보다 단 한 번의 안전사고가 글로벌 시대에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관련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관리 감독에 한 치 소홀함도 있어선 안 된다. 새 정부가 출범해도 기능을 제대로 못하니 사회 전반에 나사가 풀린 탓이란 지적도 흘려들어선 안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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