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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계 큰손 김창일 회장 ‘씨킴’으로 꿈을 그리다
“그림 통해 사람과 소통” 독학작가
컬렉터·작가지만 “작품 안 팔아요”
성공 사업가보다 예술 작가로 열정
미술계 ‘큰손’컬렉터이자 작가인 씨킴이 자신의 작품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저는 작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올해로 17번째 개인전을 여는 작가 씨킴(CI KIM·73)이 그동안 그린 작품은 1만여 점에 달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작품을 구매하겠다는 컬렉터의 요청에도 그저 ‘노’라고 대답한다. ‘성공한 사업가’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휘둘리지 않겠다는, 예술을 향한 작가로서의 진정성 때문이다.

미술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순수하게 자신을 비워내려는 마음에서 붓을 드는 독학 작가다. 그렇기에 그림만큼 그의 내면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대상은 없다. 오색찬란한 무지갯빛을 연출하는 씨킴의 회화에서 불도저 같은 탐욕은 찾아볼 수 없다.

씨킴의 다른 이름은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 CGV 천안터미널점, 식음료점을 운영하는 대성한 기업인이자, 서울·천안·제주에 아라리오 갤러리와 뮤지엄을 운영하는 미술계 저명 인사다. 뿐만 아니다. 그는 국내외 작가의 미술품 4700여 점을 소장한 ‘큰손’ 컬렉터다. 2002년 이후 세계 100대 혹은 200대 컬렉터에 이름을 꾸준히 올렸다.

11일 충남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만난 씨킴은 1999년 작업을 시작한 뒤로 정기적으로 개인전을 여는 이유에 대해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 그렇게 그린 그림으로 사람과 소통을 한다는 그 자체가 정말 좋다”고 했다.

아라리오 갤러리 충남 천안에서 14일부터 열리는 씨킴의 개인전 ‘레인보우’에서는 드로잉부터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등 170여점이 대규모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매일 아침 명상한 뒤 일기 쓰듯 작업한 100여점에 달하는 드로잉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그가 매일같이 읽는 신문과 잡지를 비롯해 먹고 남은 플라스틱 김밥 받침, 용도를 다한 택배 박스 등 일상에서 만나는 소재가 영감의 원천이 됐다.

“어린시절 친구와 어울리지 못했고 혼자 엉뚱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남산 너머로 뜬 무지개를 보며 왜 저 색은 다채로울까, 궁금증이 들었죠. 지금도 내면의 우주에 빠져 상상하는 버릇은 여전합니다.”

그래서일까. 씨킴의 수많은 드로잉에서 유독 눈에 띄는 메타포(은유)는 ‘꿈’이다. 씨킴은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할 때 100명 중 99명은 ‘그러다 망한다’고 내게 조언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나를 믿고 한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안에는 ‘본능적 끌림’이라는 게 있다”며 “그래서 꿈은 나 자신이고, 고통은 진정한 친구인 것만 같다. 그림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기 내면에 존재하는 직감에 따라 무엇이든 10분 내로 결정하는 그의 거침없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목재를 붙일 때 사용하는 본드를 유화나 아크릴과 섞어 작업한 ‘무제(무지개)’ 연작부터 10여년 전 비 오는 차 안에서 아날로그 필름으로 차창 밖 풍경을 포착한 미공개 사진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폼 잡으려고 그림을 한다’는 시선이 따라다니는데, 제게 예술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왜 나는 그림을 그릴까, 자문해 봐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그렸고 앞으로도 그릴 겁니다.”

씨킴은 2년 뒤 열 전시 주제와 제목도 미리 귀띔할 만큼 작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그는 “생명이 있는 존재를 그린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전시 제목은 ‘후 아 유(Who are you)’로 정했다”고 말했다.

천안=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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