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대담=김영상 코리아헤럴드 총괄 전무·전(前) 헤럴드경제 논설실장]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Peace of Mind, Happiness of the World)”
오는 15일은 불기2568(202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표어는 수행과 명상을 통해 불자는 물론, 우리 모두가 마음의 평화와 정신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세계 평화와 상생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뜻이다. 지구촌이 아직 전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국내 역시 총선 전후로 이념 갈등이 심각한 만큼 각자 내면의 평화를 통해 행복한 세상을 이루자는 올해 연등회의 봉축어가 어느 때보다 마음에 와 닿는 때다.
이에 불교계에선 대중의 심적 평화를 위해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국제 선명상대회 등을 통해 이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 미국 뉴욕에 가 K-명상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등회 등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를 불자 뿐 아니라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 행사로 확대시킨다는 복안이다. 이에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는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만나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이 땅의 중생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다음은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일문일답.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올해 조계종 역점 사업 중 하나가 '천년을 세우다'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지금 어느 정도 진행 중이고 계획은 뭔가.
▶‘천년을 세우다’ 사업은 이 땅에서 1000년을 이어온 불교를 바로 세우고 다음 1000년을 준비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상징적인 의미로 우선 경주 남산 열암곡에 넘어진 마애불을 바로 모시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마애불의 코와 암반 사이 거리는 불과 5cm로, 방치하게 되면 바위가 내려앉아 훼손될 수 있다.
하지만 마애불의 무게가 80t에 이를 정도로 크기가 크고 무거운 만큼 세우고 싶다고 바로 실행할 수는 없다. 오랜 세월 (엎어진 상태로) 있었던 만큼 계획 없이 세웠다간 훼손될 수 있다. 이에 올 하반기 같은 같은 조건에 두고 모의 실험을 할 예정이다. 이후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위원회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지자체, 국제 기관(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의 승인도 필요해 내년 중후반이나 돼야 결론이 날 것 같다.
-‘천년을 세우다’ 사업 중 하나가 선명상 전파라고 들었다. 지금 왜 우리 사회에 선명상이 필요한가.
▶선명상은 미래의 1000년을 준비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다. 인재 양성은 물론, 불교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 올해를 선명상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았다. 특히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명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명상은 참선, 염불, 108배 등과 같은 여러 불교 수행법들 중 하나다. 남방불교인 소승불교의 수행 방법 중 사마타(止觀, 멈춰서 바라본다) 수행이 서양으로 넘어가 각색된 것이 오늘 날의 명상이다. 우리도 불교 수행법을 현대의 감성에 맞게 변화시켜 자신의 마음을 다스킬 수 있는 선명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 종단의 중점 사업 역시 선명상을 대중들에게 전파시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게 마음처럼 쉽진 않다. 우선 명상을 통해 잡념을 멈추고 내가 왜 화가 나고 욕심이 생기는 지, 나쁜 감정이 드는 근원적인 이유를 살펴야 한다. 원인을 알아차린다고 해도 나의 몸이 습(習, 반복적으로 행한 행위)으로 뭉쳐져 있다 보니 이성적으로 이해해도 (감정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성과 감정의 차이는 명상을 통해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최근 이념 논쟁, 전쟁 등 국내외 갈등 상황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분열, 갈등의 상황은) 비관적으로 보면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인류가 이 땅에 난 이후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 즉 사바(穢土) 세계는 중생들의 번뇌로 가득차 이로 인한 갖가지 고통들을 견뎌내야 하는 세상이다.
다만 ‘자타일시성불’(自他一時成佛, 나와 남이 모두 한꺼번에 깨달음을 얻는다)이라는 말처럼 남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기만 해선 답이 없다. 니탓 네탓 하지만 결국 내 문제다. 나부터 스스로 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단 나부터 부처가 되고 괴로움이 없어야 문제 해결의 시작점에 설 수 있다.
좋은 사람은 나쁜 사람이 있어야 존재하고, 평화 시대도 전쟁이 있기 때문에 정의할 수 있듯이 세상은 늘 상대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中道, 분별을 없애는 것),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별을 없애야 (사회 통합이든 세계 평화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기술의 발전으로 종교의 '기복신앙'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불교는 물론, 다른 종교에서도 신도 수 축소 특히 청년 포교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조계종에서는 청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기술 발전과 경제적 풍요로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젊은층의 종교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총무원장) 취임 이후 이들에게 좀더 다가가자고 생각했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도 MZ(밀레니얼+Z)세대였다. 종단의 수장이 모든 권위와 힘을 내려놓고 젊은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그 자체로 (젊은이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불교를 무겁고 지루한 게 아니라 편하고 재밌게 느끼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일부 성과가 있기도 했다. 지난 달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사전 접수를 받았는데, 4만명 이상이 접수를 했고 이중 80%가 2030이었다. 행사 당일에도 젊은 사람들이 400~500m 줄을 서 다들 진풍경이라고 했다. 향후에도 2030이 좋아하는 굿즈를 만들고, 이들에게 영향력이 큰 연예인 불자들을 모아 신도회도 만들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한반도에서 1000년 이상이 된 불교가 국내에만 머물러 있기엔 아쉽다는 일부의견이 있다. 우리 불교의 해외 진출을 위한 복안이 있나.
▶선명상과 같은 좋은 컨텐츠를 확보한 만큼 해외 포교 역시 승산이 있다고 본다. 오는 9월 미국 뉴욕에 가 미국인들에게 K-명상을 소개할 계획이다. 센트럴파크에 가 명상 대회를 개최하고, 미국 명사들을 초청해 예일대에서 K-명상과 관련한 강연을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올해 9월 27일부터 닷새 간 서울 광화문광장과 주요 사찰에서 10만 여명이 참여하는 ‘마음의 평화, 행복의 길 국제명상대회’가 개최된다. 차드 멩 탄을 비롯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 세미나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행사 둘째 날인 28일에는 한국 불교 1700년 전통을 계승한 ‘선명상’을 국내외에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오는 15일 부처님 오신 날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대규모 연등회가 열린다. 예년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종단이 선명상 알리기에 팔 걷고 나선 만큼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에 몇 분이라도 명상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간 봉축법회에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첫 시도다.
또 연등회는 문화와 인종, 국경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화합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그 일환으로 등 만들기, 시민문화체험단 등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 임원을 1000여명 정도로 확대했고, 23개국 50여명의 외국인으로 구성된 연등회 프렌즈도 행렬에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MZ세대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선명상마당과 청년MZ마당을 새로 만들었다. 요즘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 부캐)을 초청해 ‘연등노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난장’도 펼쳐질 예정이다.
정리=신소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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