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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악계 어벤저스’가 뜬다…“개성 강한 소리의 충돌? 각자 실력 받쳐줘야 앙상블도 좋아” [인터뷰]
한예종·서울대 교수 등 에올리아 앙상블 결성
“말하지 않아도 통해…오랜 시간·경험 강점”
에올리아 앙상블 [목프로덕션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처럼 지저귀는 플루트, 온화한 오보에, 우아한 클라리넷, 따뜻한 바순을 노래하며 감싸안은 호른…. 다섯 명의 ‘바람의 신’이 모였다. 켜켜이 쌓아올린 ‘경험의 시간들’은 말하지 않아도 촘촘히 직조된 음악을 만든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곽정선)

“모두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시간과 경험을 가졌고, 이렇게 같은 선에 서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윤혜리)

‘관악계의 어벤저스’가 등장했다. 플루티스트 윤혜리(서울대 교수), 오보이스트 이윤정(경희대 교수), 바수니스트 곽정선(서울시향 바순 수석),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한예종 교수), 호르니스트 김홍박(서울대 교수). 국내외에서 활동한 최정상 연주자로 솔리스트이자 유수 악단의 수석 연주자,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대의 ‘교수님’들이 뭉친 에올리아 앙상블이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에올리아(Éoli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람의 신 ‘에올루스’라는 뜻이다. 바람을 불어 소리를 만들어가는 관악기의 속성을 이름에 담은 것이다. 플루티스트 윤혜리는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쉽고 한눈에 들어올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하다 짓게 됐다”고 말했다.

에올리아 앙상블 플루티스트 윤혜리,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바수니스트 곽정선, 오보이스트 이윤정, 호르니스트 김홍박(왼쪽부터). [목프로덕션 제공]

에올리아 앙상블의 이름은 새로 지어졌지만, 만남의 역사는 길다. 지난 2007년 김대진 한예종 총장이 결성한 금호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금호 CMS)를 통해 만나 5년 간 함께 활동했다. 그 시간 동안의 ‘음악적 교류’는 서로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채재일은 “존경하던 음악가들과 호흡을 맞추고 배움의 시간을 가졌던 좋은 기억이 항상 있었다”며 “해외로 나갔던 김홍박이 한국에 돌아오며 자연스럽게 다시 앙상블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했다. 다섯 명 모두 다시 ‘뭉칠 날’을 기다린 것이다.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출신이자 국내 최고의 호르니스트로 꼽히는 김홍박은 국내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게 되며 한국에 머물게 됐다. 다섯 명이 다시 뭉칠 수 있게 된 시발점이 된 셈이다. 호른은 금관악기에 속하지만,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음색 덕에 ‘목관오중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다. 김홍박은 “역사적으론 지금처럼 목관과 금관의 뚜렷한 분류가 없었다”며 “18세기 비엔나 궁정에서 귀족들의 식탁 음악으로 유행한 하이든의 관악8중주(클라2,오보2,호른2,바순2)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다섯 명이 모여 조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윤정은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인 분들이다 보니 혹시라도 앙상블을 하기엔 개인의 개성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 앙상블은 멤버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다. 소리를 내는 방식만 같을 뿐, 어딜가나 각각의 악기가 ‘슈퍼스타’가 될 만큼 존재감이 남다르다. 곽정선은 “목관 앙상블은 악기 하나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같은 음의 음정을 올려서 불어야 할 때도 있고 내려서 불어야 할 때도 있다”며 “나와 함께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연주할 때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우려와는 다르더라고요.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각자의 색채가 드러나는 연주를 만나게 됐어요. 과연, 개개인의 실력이 있어야 앙상블이 조화롭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윤정)

에올리아 앙상블 왼쪽부터 플루티스트 윤혜리,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바수니스트 곽정선, 오보이스트 이윤정, 호르니스트 김홍박(왼쪽부터) [목프로덕션 제공]

에올리아 앙상블의 최고의 강점은 ‘완전한 조화’다. 개성 강한 솔로 음악가들은 구멍 없는 연주력과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로 음악을 빚어낸다. 다섯 멤버 모두가 오랜 시간 솔리스트, 오케스트라, 실내악 무대는 물론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갖고 있어 자신에게 요구된 역할을 기막히게 찾아간다.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면서도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

김홍박은 “너무도 섬세해 (모두가) 놓치는 부분을 잘 찾아 이끌어내는 윤혜리, 모든 면에서 세련되고 감각적인 이윤정, ‘배려의 아이콘’ 곽정선, ‘완벽한 계획주의자’ 채재일 등 조금씩 달리 말했지만, 사실 이 모든 면들이 네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앙상블의 달인’들이 모인 에올리아의 음색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다섯 연주자의 개성과 음악관이 만나 또 다른 경지에 다가선다. “품위있는 소리로 영감을 주는 ‘앙상블의 중심’ 오보에, 화려한 기교와 우아한 소리의 클라리넷, 따뜻하고 유연한 바순, 부드럽고 빛나는 앙상블의 목소리 호른”(윤혜리)에 단단하고 청아한 플루트 선율이 더해질 때, 에올리아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다.

마침내 다시 뭉친 에올리아 앙상블은 창단 연주회(6월 18일, 예술의전당)를 시작으로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창단 연주회를 위해 다섯 명이 처음으로 함께 연주해 음반까지 냈던 풀랑의 6중주를 비롯해 프란츠 단치, 파울 힌데미트, 다리우스 미요의 곡을 골랐다. 풀랑의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육중주’에선 피아니스트이자 SM클래식스 대표인 문정재가 함께 한다. 하반기엔 창원 실내악 페스티벌(11월), 두 번째 정기연주회(12월)도 예정돼있다.

에올리아 앙상블은 자신들의 음악적 성취를 넘어 실내악의 저변 확대와 미래 세대 육성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윤혜리는 “마스터클래스나 실내악 코칭 공모를 통해 주니어 에올리아를 만들어서 같이 연주하고 지원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며 “목관오중주 뿐 아니라 실내악이 굉장히 중요하고, 분야도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꿈을 가진 목·금관 학생들에게 용기와 의지를 건네고, 앙상블에서 이런 소리와 레퍼토리들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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