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여성 최초 랍비인 앤젤라 북달(52)이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저출생 문제는 아이를 낳는 게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가족의 가치가 높아지고, 육아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 되면 해결될 수 있다.”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랍비이자 세계 3대 유대교 회당인 뉴욕 센트럴 회당 시나고그 수석 랍비(유대교 성직자) 앤젤라 북달(52)이 한국에 왔다. 공식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한 건 뉴욕 수석 랍비가 된 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대에 이스라엘 교육연구센터가 개관하면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오게 됐다.

그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주일에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살다가 5세 때 미국 워싱턴주로 이주한 북달 랍비는 예일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세계 3대 유대교 회당 중 하나인 뉴욕 센트럴 시너고그의 수석 랍비에 올랐다. 모계를 중시하는 유대교의 전통에도 부계 유대인인 점, 아시아계·여성이라는 점 등 종교적 한계에도 랍비가 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같은 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기도를 했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 및 유대교 혁신을 주도하며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계 여성 최초 랍비인 앤젤라 북달(52, 사진 왼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북달 랍비는 “유대인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3.0명으로 높은 편”이라며 “유대인이 아이를 많이 낳는 데 기여한 것 중의 하나로 '안식일' 문화”라고 꼽았다. 그는 “유대인은 일주일에 한 번 안식일이 되면 가족이 TV도 보지 않고 전화도 쓰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고 게임하고 책을 읽고 소파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낸다”고 소개했다.

그는 “(안식일이 되면) 엄마는 여왕, 남편은 왕, 아이들은 왕자와 공주가 된다”며 “가족이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가족이 인생의 중심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대인 중 12명의 자녀를 가진 사람도 있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달 랍비는 유대인이 대화식 교육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유대인의 표현 중에 두 개의 종이를 가지고 다니라는 말이 있다”며 “하나의 종이에는 '나는 재(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또 하나의 종이에는 '전 세계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적힌 종이를 지닌다”고 말했다.

즉 개인이 공동체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일깨우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교만해질 때는 '나는 재에 불과하다'는 종이를 꺼내보고 우울해지면 '세계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글을 보라는 식이다.

아시아계 여성 최초 랍비인 앤젤라 북달(52)이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한국인 불교 신자 어머니와 유대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북달 랍비는 스스로를 “한국인 디아스포라이면서 유대인 디아스포라”라고 말했다. 5세 이전 한국에 살 때 '혼혈' 혹은 '반만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이후 미국에 건너와선 “한국 사람이 왔네”라며 그에세 선을 그었다는 것. 그는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완전한 한국인이며 완전한 유대인이라고 가르쳤다”며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선 "이스라엘이 생존과 안전을 위해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존엄하고 안전하게 그 나라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고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안전과 존엄성, 이스라엘 사람들의 안전과 존엄성이 모두가 존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그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유대 전통 가요에 이어 아리랑을 맛깔나게 불러 이목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