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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거장부터 국내 스타까지…올여름 피아니스트들이 몰려온다
부흐빈더ㆍ플레트뇨프, 거장의 내한
韓 피아니스트 문지영ㆍ김선욱ㆍ조재혁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28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앨범발매 및 전곡연주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화려한 수사를 달고 다니는 세계적인 거장부터 한국의 ‘클래식 스타’들까지….

폭염이 예고된 올 여름, 클래식계는 섬세하고 세련된 피아노 선율에 빠질 전망이다. 저마다 다른 색채를 담아내는 피아니스트들이 완전히 다른 작곡가의 음악으로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연주 색깔을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운 관전 포인트다.

부흐빈더·플레트뇨프…거장들의 향연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12년 첫 내한 이후 벌써 아홉 번째. ‘친한파’라 할 만하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매해 숭고한 경지를 보여주는 부흐빈더의 올해 프로그램은 베토벤 협주곡 전곡(5곡)이다. 부흐빈더는 지난해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로 일곱 번에 걸쳐 한국 관객과 만났다.

이미 지난해 내한 당시 올해의 프로그램을 공개했던 만큼 이미 클래식 관객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 이번 연주회에선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협연. 공연에서 그는 피아노도 치고 지휘도 해야 해 바쁘다. 오는 26일엔 1, 5번을, 30일엔 2, 4번을 연주한다.

다섯 살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한 천재임에도 부흐빈더는 음악가로서 자신의 삶을 ‘크레센도’라고 말한다. 1980년대 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이후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피아니스트 최초로 연주했다. 그는 “단 한번도 베토벤에게 싫증을 느낀 적이 없다”며 “베토벤은 우주처럼 한계가 없는 음악”이라고 했다.

미하일 플레트뇨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부흐빈더와 함께 ‘러시아 피아니즘의 황제’ 미하일 플레트뇨프(67)도 온다. 플레트뇨프는 2년 연속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쇼팽 리사이틀과 서울시립교향악단 객원 지휘로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은 협연이다. 그는 오는 27~28일 이틀간 일본 출신의 지휘자 타카세키 켄이 지휘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첫날엔 1, 2번을 둘째날엔 3, 4번을 들려준다. 그가 협연자로 국내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레트뇨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 라흐마니노프 음반을 녹음할 때 그것이 큰 도전처럼 느껴졌다”며 “라흐마니노프 연주를 표면적으로 흉내내는 것은 가능하나, 연주 속에 있는 라흐마니노프만이 가진 음악의 배경을 흉내낼 순 없다. 그의 음악을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연주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라흐마니노프는 지휘자도 작곡가도 아닌 음악 그 자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문지영 [금호아트홀 제공]
韓 피아니스트 문지영·김선욱·조재혁도 출격

각기 다른 색을 내는 국내 피아니스트들이 각각 다른 작곡가의 곡으로 저마다의 개성을 뽐낼 예정이다.

한국인 최초의 부소니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문지영(29)은 브람스의 말년을 노래한다.

문지영은 올해 금호아트홀이 선택한 음악가로, 총 세 번에 걸쳐 자신만의 음악색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 ‘이상(理想)’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엔 베토벤의 초기, 중기, 후기 소나타를 모아 들려줬다면 이번엔 브람스의 후기작으로 돌아왔다.

문지영은 “한 공연당 한 작곡가에게 모든 걸 바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가장 존경하는 세 작곡가의 여러 작품을 한 해 동안 다루면서 그들이 추구한 이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스스로 보다 깊고 넓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무대(6월 17일, 금호아트홀)에서 문지영은 브람스의 소품집 전곡을 연주한다. 7개의 환상곡, 3개의 인터메초, 6개의 소품, 4개의 소품은 모두 1892년 무렵 작곡된 후기 피아노 작품이다. 공연 관계자는 “이 작품들은 브람스의 인생을 반추하는 쓸쓸함과 고독함이 담뿍 묻어난다”며 “사색적이고 내면적인 마지막 소품집을 통해 진한 독일 낭만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빈체로 제공]

지휘자로 변신한 ‘클래식 스타’ 김선욱(36)은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는다. 국내 4대 교향악단 역대 최연소 예술감독으로 발탁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김선욱이 리사이틀 무대로 돌아오는 것은 2년 만이다.

공연기획사 빈체로에 따르면, 김선욱은 다음 달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내림 마장조(Hob. XVI:49)와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 슈베르트 의피아노 소나타 내림 나장조(D.960)를 연주한다.

빈체로 관계자는 “이번 피아노 리사이틀은 음악가 김선욱이 오랜 시간 공고하게 구축하고 확장한 오늘의 악상을 더욱 진하게 그려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피아니스트 조재혁 [목프로덕션 제공]

피아니스트 조재혁(54)은 모차르트 전곡 리사이틀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 다음 달 6일(2시, 7시·예술의전당 IBK챔버홀)부터 네 번(11월 1~2일)에 걸쳐 이어질 리사이틀은 조재혁에게도 도전이다.

조재혁은 “어린 시절엔 모차르트의 소나타가 오페라나 교향곡에 비해 드라마틱 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밝고 여리기만 한 것뿐만 아니라 열정적이고 어두운 면도 많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며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의 선입견과 두려움을 벗어나 새롭게 표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사 목프로덕션에 따르면, 이번 리사이틀은 런던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모차르트 협주곡 음반 발매를 앞둔 ‘서막 격’의 무대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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