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FIFA 정관…FIFA 판단 ‘주목’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자신을 보좌할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자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조사 예고’ 칼을 빼들었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기술적·행정적으로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정부와 전면전을 예고했다.
17일 축협 고위 관계자는 “스포츠의 운영적 측면을 (정부 기관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며 “그렇게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거세게 항변했다.
축협의 입장은 국가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강조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과 닿아 있다. 각국 축협의 연합체인 FIFA는 산하 협회에 대한 정치적 간섭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FIFA 정관에도 이를 명시한 조항이 있다. 정관 14조 1항과 19조 1항은 ‘각국 축협이 자신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제3자의 과도한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15조에도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된다. 실제로 이라크·수단·쿠웨이트·인도 등에서는 정부가 축협 행정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다만 국민적으로 지탄을 받는 대상으로 전락한 축협이 FIFA 정관을 구실 삼아 외부 감시와 견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어서 FIFA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문체부는 축협에 대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비롯해 축협 조직 운영상황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조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 축협이 ‘정부 유관기관’으로 지위가 바뀌면서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감사’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축협의 자율성을 존중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며 “감독 선임 과정에 하자가 없는지 등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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