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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천서 파리까지 급식지원센터 대이동… “안정감엔 밥맛이죠”
조은영 영양사 "'밥맛'으로 선수들에게 안정감 주고파…도움 됐으면"
"선수들이 멀리 떨어진 곳 와. 안정감을 느끼게 하려면 '밥맛'이라도 같아야죠."
2024 파리올림픽을 7일 앞둔 19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개회식 행사장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상 최초로 수상퍼레이드로 진행되는 개회식의 마지막 여정은 이곳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끝이 난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충북 진천선수촌 선수식당에서 일하는 조은영 영양사는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퐁텐블로시(市)로 넘어왔다.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밥'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19일(현지시간) 정오, 퐁텐블로의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마련된 대한민국 선수단 사전 캠프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 식당에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냄새가 퍼졌다.

김치찌개였다.

선수들의 식판에는 김치찌개와 함께 오징어볶음, 만두 튀김, 표고버섯 무침, 메추리알 조림, 안심 볶음이 올라갔다.

아침으로 계란국과 소불고기, 삼치구이를 먹은 선수들의 저녁 식단은 고추장찌개와 부채살 볶음, 양배추 된장무침이었다.

인구가 2만명이 채 되지 않는 파리 외곽의 목가적인 전원 마을 퐁텐블로에서 맛과 영양이 빈틈없이 채워진 '한식 한 상'이 끼니마다 계속 나오는 것이다.

진천에서 파리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넘어온 선수들의 최우선 과제는 현지 적응이다.

시차와 기후에도 적응해야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식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식사 문제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조은영 영양사를 비롯해 진천 선수촌 선수식당을 책임지는 조리장을 포함한 15명의 조리 전문가가 그대로 퐁텐블로에 마련된 훈련 캠프에 파견됐기 때문이다.

캠프 내 식당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조은영 영양사는 "여기 기후도, 시차도 달라 선수들이 불안할까 싶어 진천과 최대한 비슷한 맛으로 비슷한 메뉴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밥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도착한 이들은 매일 오전 5시부터 식사를 준비한다. 훈련이 늦게 끝나는 종목의 선수들이 있어 퇴근 시간도 늦다. 전날은 오후 11시에 일을 마쳤다.

그래도 선수들의 반응이 좋아 피로가 가신다는 조 영양사는 재료 수급에 진땀을 뺐다고 한다.

그는 "여기는 한국과 대파나 양파도 종류가 다르다. 과일이나 고기도 식자재가 다 달라 고민이 많았다"며 "고추장, 된장 같은 우리 양념이나 김치 등은 다 한국에서 공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점심에는 김치찌개 외 사골국물도 함께 나왔다. 이 국물은 식당 내부 시설이 아닌 외부에 따로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조리됐다.

유럽에서는 인덕션이 일반적이라 강한 화력을 낼 때 필요한 화구를 따로 마련해야 했다. 컨테이너를 구해온 후 그 안에 화구를 설치해둔 것이다.

조은영 영양사는 "컨테이너에는 에어컨도 없어서 엄청 덥다. 그래도 올림픽인데 우리 선수들에게 사골국을 안 먹일 수는 없다"며 "사골 자체도 통관에 실패했다. 그래서 국물도 진천에서 계속 고아서 농축한 걸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선수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장재근 국가대표선수촌장은 조은영 영양사를 비롯한 급식지원센터의 활약에 엄지를 들었다.

그는 "진천선수촌보다 밥이 더 맛있다. 선수들도 굉장히 맛있다고 하는데 준비를 참 잘한 것 같다"며 "어제도 갈비가 나왔는데 아주 부드러웠다"고 웃었다.

이들의 새로운 숙제는 '도시락'이다. 한식 도시락, 간편식, 종목별 맞춤형 영양식 등 4천끼니를 올림픽 기간 경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배송한다.

조은영 영양사는 "도시락으로 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 식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메뉴의 가짓수도 적고, 양도 적어질 건데 그래도 최대한 지금 정도의 질이 유지되도록 열심히 예행연습 중"이라고 밝혔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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