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 정체 속 아몬드·귀리음료 성장
“정부 지원 가루쌀 음료 소비 기대”
식물성 음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몬드 음료와 신흥 강자 귀리(오트) 음료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가루쌀 음료’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최근 신세계푸드는 가루쌀로 만든 음료를 선보였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는 국내 쌀 농가에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식량자급률 확대에 기여하도록 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쌀음료는 이미 시중에 나왔다. 신제품은 쌀의 품종이 다르다. 일반 쌀가루가 아닌 ‘가루쌀’이다. 가루쌀은 농촌진흥청에서 제과·제빵 등 ‘가공용’으로 개발한 품종이다. 일반 쌀밥용이 아니어서 밥을 지으면 죽처럼 된다. 수입 밀가루를 대체하는 역할도 한다.
곽지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사는 “가루쌀은 쌀알의 단단한 정도가 일반 멥쌀의 3분의 1 수준으로 쉽게 빻아진다”며 “물에 불리지 않고 밀가루처럼 바로 가루로 만들 수 있어 환경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정책과 연계해 2027년까지 가루쌀 20만톤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22년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가루쌀로 만든 음료 맛은 어떨까. 기존 쌀음료보다 깔끔한 맛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주된 평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가루쌀에 현미유 등 식물성 원료를 조합해 쌀음료 본연의 맛을 구현했다”며 “지난 6월 벨기에에서 열린 ‘2024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국제 우수 미각상을 수상하며 맛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한승우 식품&외식 선임연구원은 “가루쌀 음료는 견과류와 글루텐 성분이 없어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어도 먹을 수 있다”며 “특유의 부드러운 단맛으로 아침대용 및 간식으로 폭넓은 활용이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가루쌀 음료가 대중화되려면 소비자가 차별성을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가루쌀 음료, 아몬드 음료, 귀리 음료 [신세계푸드·123RF] |
가루쌀 음료가 가세하기 전에도 식물성 음료 경쟁은 치열했다. 점차 확대되는 시장에서 안방을 차지한 두유와 젊은 세대에서 인기를 얻은 아몬드와 귀리의 자리 뺏기 싸움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음료 시장은 최근 5년(2018~2023)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6596억원이다. 지난 2018년(5211억원)보다 26% 성장했다. 오는 2026년엔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건 두유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5121억원에 달한다. 두유를 제외한 ‘기타 식물성 음료(아몬드·귀리음료 포함)’1475억원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다만 성장세는 약하다. 지난해 두유 시장은 2018년 대비 4.4% 증가에 그쳤다. 반면 기타 식물성 음료 시장은 동기간 380% 상승했다.
차세대 주자는 아몬드 음료다. 단조로웠던 국내 식물성 음료 시장에 등장해 대중성을 확보했다. 아몬드 음료는 우유, 두유보다 칼로리가 낮다. 젊은 세대는 체중 감량용으로 많이 선택하고 있다.
아몬드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선호도 영향을 미쳤다. 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 조사 결과, 지난 2014년 이후 8년간 아몬드는 국내 견과류 중 선호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협회 관계자는 “아몬드 음료는 대두와 유당이 없고, 칼슘과 비타민D 보충에 좋은 저칼로리 대체 음료”라고 소개했다.
귀리 음료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빠르게 편의점 자리를 꿰찼다. 시장조사기관 닐슨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귀리 음료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커피전문점에서 활용 사례가 늘었다. 국내 카페에서도 ‘오트라떼’로 만날 수 있다. 귀리 음료의 대표 성분은 베타글루칸이라는 식이섬유다. ‘나쁜’콜레스테롤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피칸, 브라질너트, 완두콩 등 다양한 식물성 음료가 전 세계에서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한승우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유당불내증에 예민하고, 건강과 맛을 중요시하는 소비자에게 식물성 음료는 좋은 대안”이라며 “가루쌀 음료처럼 새로운 품목이 꾸준히 등장하며 시장이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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