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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하기 힘든 KBS의 광복절 방송
KBS 사장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 국민들께 불쾌감 드려 진심으로 사과"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가 광복절에 기미가요와 기모노가 방송된 'KBS중계석'과 태극기가 거꾸로 나온 'KBS뉴스' 기상 코너 실수와 관련해 15일 KBS홈페이지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고 9시 뉴스에서 사과 방송을 한 데 이어, 16일 오전 임원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국민께 사과했다.

실수는 정신을 차려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KBS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방송사고를 단순히 실수로 이해해주기 힘든 점도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은 광복절이 아니었다면 방송될만한 작품이다. '나비부인'은 일본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19세기 후반 서구에 의한 일본의 강제적 개항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생긴 일본 사회의 비극적 상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인 작곡가인 푸치니는 철저하게 서구 시각에서 '나비부인'을 썼다. 서양은 선(善), 동양은 악(惡)이며, 서양은 문명, 동양은 야만이라는 이분법을 주장한 에드워드 샤이드의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이다.

푸치니는 먼저 '나비부인' 연극을 봤다. 일본 문화는 19세기에 만화, 그림(우끼요에), 전통의상 등이 세계만국박람회가 열린 프랑스 등지로 흘러들어오면서 인상화 화가 등 유럽 예술가들 사이에서 '자포니즘'으로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푸치니는 오페라 여주인공을 요즘 식으로 하면 막장 스타일 캐릭터로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나비부인' 연극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이다. 비련의 여주인공을 찾다보니 '나비부인'을 작곡하게 됐다.

'나비부인'에서는 미국병사 핑거튼과 결혼하고도 일본에 남겨진 여주인공인 게이샤 초초상이 남편을 기다리다 끝내 자결한다. 타고난 바람둥이였던 푸치니는 초초상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며 어린 일본인 소프라노를 집으로 끌어들이기도 하는 '투머치' 예술가였다.

하지만 광복절이 시작되자 마자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에서 여주인공이 시종 기모노를 입고 있고, 기미가요가 흘러나오는 방송을 내보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더구나 요즘은 '친일' '뉴라이트' 논란 등이 이어져 오는 때이지 않는가.

게다가 이날 오전 'KBS 뉴스'에서는 날씨를 소개하는 이미지에 표시된 태극기가 거꾸로 나온 사실이 밝혀져 비난이 일고 있다.

김의철 전 KBS 사장은 16일 SNS에 "KBS의 편성은 대한민국에 수해가 나면 모든 오락프로그램에서 물놀이 콘텐츠가 나오는 지 점검한다. 그래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오면 편성을 삭제하거나 프로그램 내용을 편집한다. 그게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 KBS의 편성원칙이다."는 글을 올렸다.

이 말은 원래 이 정도의 편성시스템은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민 사장 체제에서 이번에 드러난 이런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 포스를 즉각 발족했다고 하니,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업무의 영속성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한편, KBS 박민 사장은 16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 제일 강조했던 부분이 KBS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들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며 방송을 통해 위안을 얻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민 사장은 또한 "이번 일을 통해서 공영방송의 역할과 맡은 책임에 대해서 더욱 고민하며, 열심히 챙기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이번에 드러난 당면 문제점들을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 부사장 주재의 ‘태스크 포스’를 즉각 발족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태스크 포스는 보도, 제작, 편성, 기술, 인사, 심의 등 분야별 국장급 기구로 구성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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