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후 예산안 처리” vs “차기 대통령에 목소리 낼 기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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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년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를 두고 대치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정부 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가 10월 1일 시작되기 때문에 의회는 차기 회계연도 정부 운영에 필요한 예산 법안을 그 전에 처리해야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이견 때문에 제 때 통과시키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도 올해는 양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적으로 불리한 셧다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형국이다.
9일(현지시간)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 6일 6개월짜리 임시예산안(CR: continuing resolution)을 공개했다.
임시예산안은 10월 1일 이후에도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해 통상 전년도 수준으로 수개월짜리 예산을 편성하는데, 공화당은 임시예산안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가 지지하는 법안을 연계했다.
이 법안은 투표하려고 등록할 때 본인이 미국 시민권자임을 입증하는 증명을 제시하도록 하는데 민주당에서는 비(非)시민권자의 투표가 이미 불법이고 유권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패티 머리 상원 세출위원장은 공동성명에서 “정부 셧다운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은 초당파주의이지 한 정당이 만든 법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진지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임시예산안을 자력으로 통과시킬 수는 있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양당 간 협력이 불가피하다.
백악관도 이날 성명에서 “하원 공화당은 극단적인 정책과 해로울 수 있는 장기 임시예산안으로 다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원 공화당이 지난해 강경파의 반발에 따른 내부 분란을 수습하지 못한 탓에 몇 차례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올해 예산안(2023년 10월∼2024년 9월)을 올해 3월에야 처리하게 된 것에 대한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이 길면 길수록 정부 운영에 차질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6개월 기한에도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이 제시한 임시예산안은 내년 3월 28일까지 필요한 예산을 담았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내년 1월 취임한다는 가정하에 예산안에 그의 목소리를 반영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과 일부 하원 공화당 중진은 임시예산안을 11월 대선 직후까지만 편성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대선 이후에는 선거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예산안을 협상할 수 있고, 연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면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예산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WP는 시민권 입증 법안을 철회하되 공화당이 제시한 6개월 기한을 수용하는 방안이 타결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백악관과 상·하원을 어느 당이 장악할 것으로 전망되느냐에 따라 임시예산안 기한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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