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오는 27일로 임박한 가운데 역대 최다인 9명이 후보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이례적으로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까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등 8명이 이미 입후보 의사를 표명했고 이날 오후엔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를 선언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입후보에 추천인이 필요해진 1972년 이후 최다였던 (후보) 5명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여론조사 상황으론 결선에 갈 후보는 이시바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 둘이고, 결국 누가 되든 차기 총재는 ‘강경 보수’가 아닌 ‘온건’에 방점이 찍힌 인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지 공영방송 NHK가 지난 6~8일 12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층 중 29%는 이시바 전 간사장, 27%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각각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13%, 고노 디지털상 6% 순이었다.
마지막 출마 주자는 가미카와 외무상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끈 파벌인 ‘기시다파’에 몸담았던 그는 지난해 9월 외무상에 임명된 뒤 지명도를 올렸고 당내 실력자인 아소 다로 부총재로부터 각료로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반면 국회의원 추천인 20명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과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단일화를 조율했으나, 논의가 불발됐다.
여성 후보는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과 가미카와 외무상 등 2명이다. 2021년 진행된 직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후보자 4명 중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 노다 전 총무상 등 2명이 여성이었다.
세습 정치인은 부친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비롯해 이시바 전 간사장, 고노 디지털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등 5명이다.
출마자 절반 이상이 세습 정치인인 것과 관련해 “2001년 이후 자민당 출신 총리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제외하면 모두가 세습 의원”이라며 세습 의원이 많으면 정치에서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오는 27일 진행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투표는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367표를 합산해 결과를 내며 누구라도 과반을 득표하면 곧바로 당선된다.
이번 선거는 후보 난립으로 인해 1차 투표에서 상위 1·2위를 차지한 2명이 치르는 결선 투표에서 총재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는 투표권이 국회의원 367표, 지방 당원 조직 47표로 구성돼 국회의원 세를 규합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국회의원은 1명이 1표를 행사하는데, 9명이 출마하면 자민당 국회의원 36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0명은 각 후보 추천인이 된다. 이들은 자신이 추천한 후보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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