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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영숙회장 “한미사이언스 진입” 형제측 “한미약품 지배권 확보”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장기화
11월 한미약품·사이언스 임시주총
기업가치 하락, 소액주주 불만고조
한미약품 서울 방이동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영 정상화가 어렵고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실제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등의 게시판에는 “소액주주는 안중에도 없다”, “우리도 한미의 주인이다” 등 성토가 잇따른다.

이런 가운데 다툼의 분수령이 될 2건의 임시 주주총회가 11월 소집된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측(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일명 3자연합)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총을 소집, 다음달 28일 총회를 열어 경영권 회복을 시도한다.

안건은 ▷한미사이언스의 이사 총수를 11명으로 늘리는 것 ▷이사 2명(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의 추가 선임 2가지다. 이사회 구도를 유리하게 바꿔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현재는 이사 총수가 9명인데, 모녀측 4명과 형제측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이번에 추가 선임안건이 의결되면 6대 5로 유리해진다.

임종윤(한미사이언스 이사/한미약품 이사)·종훈(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형제 측은 이에 맞서 다음달 한미약품의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현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는 송 회장측 인물이다. 또 신동국 회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라 있다.

한미사이언스(형제측)는 임시주총에서 상기 이사 2인의 해임을 추진한다. 한미약품이 총회 소집요구를 결의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한미사이언스는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의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도 제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한미약품은 송 회장 측이 경영하고 있다.

이번 2건의 임시주총은 송 회장 측의 한미사이언스 진입과 형제 측의 한미약품 지배권 확보 시도가 맞붙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기싸움도 치열하다.

이런 와중에 이번 임시주총 안건인 한미약품 신규 이사 후보 2명(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경영능력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시장 공시자료 분석에 따르면, 양 후보자가 대표를 맡았거나 현재 맡고 있는 한미헬스케어와 한미정밀화학의 최근 10년간 경영실적은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석 후보자는 2010∼2021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서 한미헬스케어를 경영해 온 지난 10년간 누적 부채가 크게 늘었다. 이 회사는 의료기기/식품/IT 사업을 담당하는 그룹 계열사다. 2010년 대표 취임 당시 400억원대이던 부채는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한 2017년부터 2200억원으로 늘어나 2000억원대를 유지하다 2022년 한미사이언스에 흡수합병 됐다.

이 여파로 한미사이언스의 경영실적도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한미사이언스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부채비율 10%대의 안정적 재무상태를 유지했다. 합병 이후 2023년 부채비율은 50%대로 치솟았다.

장영길 후보자도 한미정밀화학의 만성 적자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미정밀화학은 2018년 적자로 전환한 뒤 2020년, 2021년 적자폭이 확대됐다. 2018년 영업손실은 14억원이었는데, 2020년 32억원, 2021년 59억원 등 적자가 지속됐다. 2023년 역시 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별다른 경영성과를 입증하지 못한 두 인물을 새 이사진에 기용하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형제측)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처신을 문제삼고 있다. 그의 이사자격 해임을 요구하는 이유로 지주사 무력화와 조직내 갈등 유발 등을 들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박재현 대표는 ‘특정 주주를 편든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미사이언스와의 독립 경영을 선언했다. 다만 박 대표는 매 분기 한미약품의 역대 최대 실적 성과를 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박재현 대표는 당사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특정 주주를 위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중요사항을 앞장서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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