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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문점만 남았다...남북 화해·교류 통로 단절 [北 경의·동해선 폭파]
금강산 관광 등의 연결고리 끊어
콘크리트 장벽 후속조치 가능성

북한이 15일 파괴한 경의선과 동해선은 남북을 잇는 화해와 교류의 상징이었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면서 경의선 도로를 지나다 차에서 내려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북한은 노 전 대통령이 넘었던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m 뒤에 가림막을 치고 약 70m의 콘크리트를 폭파했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첫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 연결을 복원하는 데 합의했다. 경의선은 서울에서 시작해 북한의 개성·평양을 지나 신의주에 이르는 총연장 499㎞의 철도로 1906년 러·일 전쟁 중 일본이 군수용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개통했다. 동해선은 강원도 양양에서부터 원산을 잇는 총연장 180㎞의 철도로 1937년 개통됐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1억3290만달러 차관을 제공해 건설됐다.

1950년 6·25전쟁으로 끊긴지 52년 만인 2002년 말 경의선 동해선 임시도로가 완공됐고 이후 경의선은 개성공단을, 동해선은 금강산 관광을 가능케 했던 통로였다.

2003년 연결된 경의선 철로로는 2007년 5월부터 문산과 개성을 오가는 화물열차가 222회 운행되기도 했고 동해선 연결도로로는 이산가족이 오가며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고 이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승용차 안팎은 물론 지붕 위까지 물건을 싣고 황급하게 빠져나오던 입주기업 직원들의 모습을 지켜봤던 곳도 역시 경의선 연결도로였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해 남북 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북한은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사업 추진을 미뤘고 실제 경의선 운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2020년 6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이날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를 폭파하며 남북 교류협력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었다. 북한은 현재 군사분계선을 따라 10곳에 대전차 방벽을 만들고 있다.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해 흙으로 다졌던 화살머리고지 연결통로도 경의선과 동해선도 모두 막히고 이제 남은 곳은 총기로 무장하고 경계근무를 서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뿐이다.

반세기만에 연결됐던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에는 북한의 콘크리트 장벽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엿새 만에 도로를 폭파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한 문구를 볼 때 남북 단절 조치의 공고화를 위해 폭파 지점 위에 남북 차단을 보여주는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오상현 기자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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