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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침투 무인기 ‘진실게임’ 몰아가는 北 [北 경의·동해선 폭파]
北 “명백한 증거 확보” 공개는 안해
러, 北에 무인기 정보제공 가능성도

북한이 평양 침투 무인기 사건을 ‘진실게임’ 양상으로 몰아가려는 모습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우리는 한국 군부깡패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 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 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부부장은 문제의 무인기에 남측 군당국이 관여됐다는 ‘명백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무인기 사건과 관련한 네 번째 담화였다.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심야시간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이 자리한 노동당 청사가 있는 평양시 중구역 상공을 세 차례나 휘젓고 다니면서 북한 최고지도부에게 ‘참수작전’의 공포를 심어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사실상 2인자인 김 부부장이 전면에 나선 셈이다.

김 부부장은 앞선 담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현대전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무인기를 ‘주요 군사적 공격수단의 하나’, ‘군사적인 다목적 수단’으로 표현해가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부부장의 ‘명백한 증거’ 담화가 김 위원장이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격이라 할 수 있는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무인기 평양 침투와 전단 살포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협의회에서 리창호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겸 정찰총국장의 ‘적들의 엄중한 공화국 주권 침범 도발 사건’과 관련한 종합분석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무인기 사건의 주체를 남측 군당국으로 판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지난 12일 담화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측 군당국을 ‘주범’ 또는 ‘공범’이라고 비난했는데 14일과 15일 담화에서는 ‘주범’으로 단정지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문제의 무인기 궤적 위성정보 등을 제공받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16일 “북한의 정보력이나 기술력으로는 무인기 증거를 발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형 무인기 같은 경우 위성정보를 통해 궤적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북한이 러시아에 정보 제공을 요청해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군당국은 ‘사실 여부 확인 불가’라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북한 외무성이 중대 성명을 통해 남측이 무인기를 세 차례에 걸쳐 심야에 평양 상공으로 침투시켜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히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얘기했으나 이후 군은 공식입장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정리한 상태다.

결국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이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다면 무인기 사건의 진실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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