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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는 돌고래’ 상괭이, 아직도 그물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매년 1000여마리 혼획으로 폐사
정부, 그물 탈출 장치 보급했지만
사용하는 어민 7명 중 1명에 불과
해양포유류 보호 정부 적극 나서야


폐사한 상괭이와 상괭이 탈출 장치 원리 [해양수산부 제공]

헤럴드경제 사옥엔 기후위기시계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한계치까지 인류에 허용된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하염없이 줄어듭니다. 폭염, 폭설, 오염된 바다, 생태계 파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이 대재앙 앞에, 우린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책임져야 할까요?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먼 이야기가 아닌 , 우리 일상부터 반성해봅니다. 나아가, 대안을 모색하고 그 길을 응원하며 함께합니다. 지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뭐래? 우리가 해야 할 것들, 뭘해?

웃는 얼굴로 잘 알려진 돌고래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죽지 않도록 정부가 탈출 장치를 개발, 보급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어민들은 7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획량 감소를 우려한 어민들이 사용에 소극적인 탓이다.

서남해가 최대 서식지인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는 그러는 사이, 해마다 1000여마리씩 죽고 있다. 대부분 사인은 혼획, 즉 다른 어종을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 걸렸다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사한다.

탈출장치를 의무화하는 등 상괭이 보호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죽어가는 상괭이…혼획이 주 원인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상괭이 총 3839마리가 폐사했다. 폐사 원인 별로는 ▷혼획 2174마리 ▷좌초 1144마리 ▷표류 520마리 ▷불법포획 1마리다.

이처럼 상괭이가 폐사하는 가장 큰 원인은 혼획이다. 다른 어류를 잡기 위해 친 그물에 상괭이가 걸려들었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죽게 된다. 상괭이는 물 안팎을 오가며 호흡을 하는 포유류다. 통상 1~2분에 한번 물 밖으로 나와 폐호흡을 해야 한다. 최대 5분까지 숨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탓에 상괭이는 우리 바다에서 최근 20년 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05년께 약 3만5000마리가 서해 바다에 살고 있었는데, 2016년에는 1만7000마리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16년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고, 2019년부터 상괭이가 그물에 걸렸을 때 탈출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상괭이 탈출 장치는 잘못 들어온 상괭이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커다란 구멍을 낸 그물이다. 오징어나 갈치, 꽃게 등 어획물은 통과하고, 상괭이는 통과하지 못할 간격의 촘촘한 유도망을 따라 상괭이를 탈출구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어획량 감소를 우려하는 어업인들이 상괭이 탈출 장치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상괭이 탈출 장치 보급이 시작됐지만, 사용률은 1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강망 사용 허가 건수는 739건, 상괭이 탈출 장치 사용하는 어선은 112척이다. 상괭이가 잘 걸리는 그물을 쓰는 어선 7척 중 1척만 상괭이를 위한 탈출구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이병진 의원실에 “탈출 장치 사용 시 직접적인 혜택이 적어 어업인들은 새로운 어구 사용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라며 “어획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어 사용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어획 손실 우려 기피…알고보면 손실도 미비 = 상괭이가 탈출 장치가 어업에 끼치는 손실은 미미한 수준이다. 해양수산부에서 2021~2023년 유도망 크기가 370㎜와 450㎜로 두 가지의 상괭이 탈출 장치를 부착해 시험 조업을 했다. 그 결과, 어획손실률은 각각 1.8%, 1.0%. 어업인들의 우려와 달리 상괭이를 위한 탈출구로 빠져나간 어획물이 100마리 중 1마리 꼴이라는 의미다.

반면, 탈출 장치가 상괭이를 살리는 효과는 컸다. 370㎜ 크기의 탈출 장치를 썼을 때에는 그물에 잡힌 상괭이가 아예 없었고, 450㎜ 탈출 장치에서는 3년 간 두 마리의 상괭이가 잡혔다. 같은 기간 탈출 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그물에서는 총 47마리의 상괭이가 혼획됐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어업인들이 새로운 어구 사용에 저항이 심하면 해양수산부에서 이를 돌파해야 하는데 의지가 전혀 없다”며 “상괭이 탈출 장치 사용 의무화하려는 의지와 실질적인 보급 계획을 해양수산부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포유류 보호 세계적 추세…정부 나서야 = 전세계도 상괭이와 같은 해양포유류 보호를 강제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개정된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에 따라 2026년 1월부터 해양포유류를 다치거나 죽게 하는 방식으로 어획된 수산물의 수입이 금지된다.

더 이상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죽지 않으려면, 반드시 탈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탈출 장치의 상괭이 보호 효과가 큰 데다 이미 개발이 돼 있는데도 사용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대신 탈출 장치의 구입 비용과 이로 인한 어획 손실분을 정부에서 보상해주면 된다.

이병진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괭이 탈출 장치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현행 법은 해양보호생물이 혼획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데 그쳐 상괭이 개체 수 감소를 막기에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다.

이 의원은 “우리 토종 고래이자 멸종위기인 상괭이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됐음에도 막상 보급이 더뎌 해양수산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괭이 탈출 장치 의무화와 함께 어획 보호를 위한 손실 보전 근거 마련 등 상괭이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법·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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