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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성케미컬 “러닝 열풍 뒤엔 우리가” 미드솔 소재 혁신 박차
신발소재 제조 핵심지 부산공장 가보니
러닝화미드솔 만드는 폴리우레탄수지 생산
금형에 넣은지 5분만 에어백 미드솔 뚝딱
충격흡수 가장 중요...친환경성 최근 부각
김태웅(왼쪽) 동성케미컬 폴리우레탄 비즈니스유닛장(부사장)이 지난달 30일 부산공장에서 폴리우레탄 수지 발포 테스트를 통해 제작한 에어백 미드솔(중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성케미컬 제공]

“신발의 과학은 미드솔(중창)에서 나옵니다. 가볍고 편하면서도 충격을 잘 흡수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죠.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러닝화 시장에서 혁신적인 소재를 개발해 비싸지 않은 가격에 공급하는 소재사가 결국 위너(승자)입니다.”

지난달 30일 동성케미컬 부산공장에서 만난 김태웅 동성케미컬 폴리우레탄 비즈니스유닛장(부사장)은 직접 개발한 소재로 시생산한 미드솔을 들어 보이며 “눌렀을 때 꺼지지 않고 튀어 오르는 바운스백이 중요한데 이런 물성을 유지하면서 가볍게 만드는 게 바로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드솔을 만져보니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적당한 탄력이 있어 힘을 세게 가해도 눌린다기보다는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작 몇 센티미터의 창이 ‘제 2의 심장’인 발을 보호하면서도 반발력을 높여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러닝화의 핵심 기능을 책임지고 있으니 소재 혁신에 사력을 다한다는 김 부사장의 설명이 절로 이해됐다.

1959년 설립된 동성케미컬은 폴리우레탄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 화학 소재를 만들고 있다. 주 전공은 신발소재다. 신발용 도료와 접착제에서 시작해 지금은 주력 상품으로 신발창용 폴리우레탄 수지를 전 세계 러닝화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 폴리우레탄 기술이 없던 1970년대 폴리우레탄 시스템 소재의 네오판(NEOPAN)을 자체 개발한 게 발단이 됐다. 네오판은 미드솔과 인솔(안창), 아웃솔(겉창) 성형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신발의 경량화 흐름에 맞춰 고무나 EVA(에틸렌초산비닐)를 소재로 하는 복합체 네오솔(NEOSOLE)도 개발해 미드솔과 아웃솔, 둘의 장점이 결합된 유닛솔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이날 둘러본 부산공장에서는 폴리우레탄 수지 생산과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다.

2개 생산동을 가득 채우고 있는 대형 반응기에서는 폴리우레탄 수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원재료인 폴리올에 이소시아네이트, 첨가제를 넣어 8시간 정도 반응시키면 완성이다. 이때 각 원료를 어떤 비율로 넣느냐가 완성품의 물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동성케미컬은 이미 1000개 이상의 제품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약 500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원료를 몇 대 몇으로 어떻게 배합하느냐 하는 합성 포뮬레이션(화학식)이 각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자 노하우”라며 “폴리우레탄의 경우 특히 폴리올에서 반 이상의 기술력이 나오는데 폴리올도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성케미컬은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러닝화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스포츠 회사의 에어백이 들어가는 신발창 대부분에는 동성케미컬의 제품이 적용되고 있다.

동성케미컬의 폴리우레탄 수지로 만든 다양한 신발의 미드솔 제품 [동성케미컬 제공]

공장 내 실험실에서는 폴리우레탄 수지로 에어백 미드솔을 제작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신발창 생산 때 원하는 물성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성케미컬은 발포 테스트를 공장에서 직접 하고 있다.

신발창 모양의 금속 거푸집에 에어백을 올리고 그 위에 액체 형태의 폴리우레탄 수지를 넣고 70℃ 온도로 가열하자 폼 형태로 부풀어 올랐다. 5분 정도 기다리니 에어백을 품은 미드솔이 완성됐다. 붕어빵을 구워내는 방식과 비슷하다. 폴리우레탄과 에어백을 접착제 없이 고정하는 게 중요한데 그 기술을 동성케미컬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갓 나온 미드솔은 온기를 머금고 있어 야들야들했는데 자연 건조 과정에서 경도를 찾아간다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1개 제품을 신규 개발하는 데 연구실에서만 최소 1년의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동성케미컬은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가치소비나 기능성 강화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김 부사장은 “과거에는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개발했지만 지금은 먼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제시하거나 고객사와 신소재를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친환경 제품을 주로 개발하는 데 친환경적이면서 기존 제품과 물성이 동일한 소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 내구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원료 기반의 제품을 바이오 원료 기반의 제품으로 전환한 게 대표 사례다. 동성케미컬은 최근 바이오 폴리우레탄 수지를 개발해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의 트레킹화 미드솔에 적용했다. 바이오 원료를 사용하면서도 기존 폴리우레탄 수지의 탄성과 유연성을 유지해 발목과 무릎 관절 부하를 최소화하는 충격 흡수성을 구현했다. 또한 금형에 가해지는 온도를 35℃ 정도까지 낮춰 에너지 소비를 22% 절감한 폴리우레탄 수지를 개발했고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부속품)을 재사용해 만든 EVA 복합체도 만들었다.

최근 러닝을 즐기는 2030이 늘면서 러닝화 시장은 그야말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글로벌로 시선을 넓혀도 러닝화 시장의 미래는 밝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트레일 러닝화 시장 규모는 연평균 7.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30년 134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성케미컬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연산 약 6만톤의 신규 폴리우레탄 수지 공장을 짓고 있다. 이는 기존 3개 해외 법인 생산능력의 3배가 넘는 규모다. 글로벌 선두 소재사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크지만 가장 잘하는 미드솔 분야를 특화시키면서 친환경·고기능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내구성이 좋은 폴리우레탄 수지를 경량화하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고 내년 말에는 완료해 2027년부터는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의 가치를 올려주는 좋은 소재를 다양한 브랜드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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