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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역·악역 나눈 보이스피싱 ‘열연’에…노년층 피해 속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60대 이상 피해자 늘어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검사나 금융감독원 직원인 척 행세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연극’이 올해 들어서는 60대 이상 노년층을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 조직원들은 ‘선한 역’과 ‘악역’을 나눠 맡고 치밀한 시나리오대로 접근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피해를 유도한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사이 파악된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비중은 24.0%(1526명)로, 작년 같은 기간(10%)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금은 4426만원인데, 역시 작년 평균(1955만원)의 2배를 웃돈다.

검찰이나 금감원, 금융사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 유형은 피해자를 현혹하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 하지만 사기 조직원들은 촘촘하게 구성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조직원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을 어색함 없이 ‘연기’하면서 피해자들의 심리를 장악하고 의심의 벽을 서서히 허물어 간다.

이들은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면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어플리케이션을 설치시키고 자산동결·검수 등을 명목으로 현금을 이체하라고 지시해 거금을 가로챈다.

“검사는 고성으로 협박하고, 금융감독원 과장이란 사람은 (저를) 달래주면서 빨리 이체해야 한다고 양쪽에서 번갈아 가면서 저의 정신을 쏙 빼놔서 저도 모르게 시키는 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에 진술한 피해자의 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찰청 관계자는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을 범죄조직이 이용해 선역과 악역으로 역할을 분담한 뒤 피해자를 압박하고 세뇌시킨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시나리오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최근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투자리딩방 범죄조직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징후를 포착했다.

범죄조직은 금감원 소비자보호과 차장으로 속여 투자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에 경찰청장이 중국 경찰과 협력하여 대규모 국제 보이스피싱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금을 회수했다. 범인들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를 유도해 큰 손실을 입혔는데, 선생님의 송금기록도 확인된다”며 메신저로 접근한다. 실제로 올해 5월 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장을 만나서 치안 총수회담을 한 사실을 범행 시나리오에 녹여낸 것.

이후 “선생님의 신원증명과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하면 본인 여부를 확인 후 사기 피해금을 모두 환불하겠다”고 속이며 위조한 사원증을 보여주기도 한다. 피해자가 정보를 제공하면 “피해 보상금은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가짜 가상자산을 전송하고 구매를 유도한 뒤 추가 피해를 부추기는 식이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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