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철제 교문을 열려다 교문에 깔려 숨졌다. [MBC 보도화면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 6월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철제 교문에 깔려 숨진 사고가 부실한 시설관리로 인해 발생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왔으나, 학교 측이 "사고 직전 문을 잡고 흔든 사람이 있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24일 오전 6시쯤 청주시 서원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철제 정문을 열다가 경첩 부분이 파손되면서 쓰러진 교문에 깔렸다. 그는 매일 이 시각 주민들을 위해 운동장을 개방하라는 학교 측 방침에 따라 정문을 열다가 변을 당해 2시간 만에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철문은 1999년 개교와 함께 설치된 뒤 한 번도 보수나 점검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충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고가 발생한 고등학교 교장 등 학교 관계자 총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지난 21일 불구속 송치했다.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교육부 지침상 학교는 월 1회 교문 등 시설물에 대해 안전 점검을 해야 하는데 행정실장 등 학교 관계자 3명은 이를 어긴 혐의를, 교장은 직원들이 제대로 이를 이행했는지 관리·감독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고 직전 폐쇄회로(CC)TV 영상을 근거로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지역 주민이 교문을 흔들어 부서졌다는 주장이다.
22일 M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교 교장은 "지역 주민들이 (교문을) 흔들지 않았으면 그것이 파손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분들이 물리적인 외부 압력, 힘을 주었기 때문에 문이 파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사고 15분 전 학교를 지나던 시민들이 철문을 잡고 흔들고, 한 시민이 문을 잡고 흔든 뒤 철문이 살짝 내려앉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이후 경비원이 한쪽 철문을 접어서 열고 이어 다른쪽 철문을 접어서 열려는데, 여러 번 힘껏 밀어도 접히지 않았다. 경비원이 다시 문을 밀어보려는 순간 160kg 무게의 철문이 쓰러지며 경비원을 덮쳤다.
한편 경찰은 앞서 안전점검과 유지보수는 학교 책임이고, 주민이 사고가 날 것을 예견해 한 행동이 아니고 주의를 다 할 의무도 없다면서 주민들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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