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승 변호사.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정철승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판사의 판결로 없는 행위가 있는 것이 될 수는 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정 변호사는 지난 24일 1심에서 징역 1년과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정 변호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멀쩡한 남성이 생전 처음 만난 여성을, 그것도 그 여성의 동료 남성 앞에서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고 싫다는데도 손을 잡아끌어 주무르고 허리를 당기고 등을 문지르는 추행행위를 했다는 주장은 상식에 반하는 것일 텐데, 1심 재판부는 그런 상식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판사들의 상식은 평범한 시민들의 상식과 다른 모양"이라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어 다른 게시물에서 "고(故) 박원순 시장의 사망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지만, 오늘 문득 그가 자살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과 10분 이내에 벌어진 일, 그것도 명백한 현장동영상까지 있는 나도 이처럼 어이없는 꼴을 당하는데, 무려 5년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는 비서의 주장을 박 시장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법원이 이처럼 여성의 주장을 증거로 간주하고, 하이에나같은 언론들이 날마다 물어뜯는 상황에서"라고 성추행 피소 후 숨진 채 발견된 박 전 시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선고 직후 항소의 뜻을 밝힌 정 변호사는 25일에는 "당신은 작년부터 여자들한테 계속 황당한 일을 당한다. 처음 본 여자 변호사한테 추행이라는 황당한 고소를 당하고, 여자 검사한테 징역 5년이라는 황당한 구형을 당하고, 여자 재판장한테 징역 1년이라는 황당한 판결을 당하고"라는 아내의 말을 소개하며 "최고의 아내와 딸을 만나려고 내가 가진 여자를 만날 운을 모두 써버렸다. 그래서 우연히 만난 여자들한테 아무리 황당한 일을 당해도 큰 불만이 없다"고 거듭 터무니 없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와인바에서 처음 만난 후배 변호사 A씨의 가슴 부위를 손가락으로 찌르고 손과 허리를 쓰다듬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고소됐다. 검찰은 그해 10월 정 변호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과 피해자의 진술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추행 방법, 특징 및 행동, 피해자의 반응 등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CCTV 영상과도 부합해 진실 신빙성이 높다"고 했다.
사건 당일 정 변호사와 A씨는 대각선으로 마주 앉은 상태였다. 정 변호사는 A씨의 앞에 있는 와인잔을 치워주기 위해 손을 뻗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A씨가 손가락이 특이하다고 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만진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손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손을 피고인쪽으로 잡아당기고 불필요하게 주물럭거리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강제추행으로 피해자에게 심한 우울증을 앓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우울 증상과 강제추행 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정 변호사는 2021년 8월께 고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긴 게시글을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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