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모직 합병 “승계 목적” vs “경영 판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7일 취임 2주년을 맞은 가운데 법정에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2012년부터 승계 목적 합병을 모색하고도 이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삼성물산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았다며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반박했다.
2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이 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 등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목적을 중점적으로 심리했다.
이날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부터 이 회장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검토하고도, 2015년 합병 당시 승계 목적을 부정한 것이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합병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하고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를 철저히 숨기고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자발적 의사결정’에 의한 합병이라고 발표했다”며 “시장이 부정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에 (합병 목적이)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인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핵심으로 제시한 문건은 2012년 12월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이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중 하나로 ‘승계 및 계열분리 대비’가 언급되고, 목표에 ▷대주주 지분율 강화 ▷후계구도가 적힌 점 등을 근거로 승계계획안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문건 작성자는 이 사건 합병이 삼성 일가 승계의 핵심 근간이고 (그러한 내용이) 프로젝트-G 문건에 담긴 것을 인정했다”며 “양사 합병은 2011년부터 이재용 경영권 강화 핵심 방안으로 검토됐다. 이건희 와병 후 제일모직 상장 및 합병이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불법적 의도가 발현됐다”고 했다.
반면 삼성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부당합병의 전제부터 틀렸다고 반박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대 0.3으로, 제일모직 1주의 가치가 삼성물산의 3배에 가깝게 책정됐다. 검찰은 2015년 당시 양사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는 불리하고, 제일모직과 이 회장에게만 유리한데도 이 회장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측은 이 회장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과 시점에 합병이 진행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삼성측은 “당시 시장은 제일모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합병 전까지 주식을 무려 4669억원 어치나 순매수했다”며 “증권사 보고서에는 사업 안정성, 바이오 산업 성장성,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장점 등을 ‘투자 포인트’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당시 해외 사업 부진, 유가 하락, 어닝 쇼크 등으로 주가가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측은 2014년 4월과 10월 이사회 회의록을 제시하며 “합병의 긍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부정적 효과까지 실질적으로 검토했다. 삼성물산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 등 모두 삼성물산과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날 삼성측은 검찰이 제출한 삼성물산 주가 그래프에 대해서도 강하게 유감을 표했다. 삼성측은 이날 검찰이 제출한 자료를 지적하며 “1심에서도 주가 그래프를 잘못 그려 오해를 유발하면 안된다고 2번이나 이의를 제기했는데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제출됐다”며 “검찰은 제일모직 상장 직후 삼성물산이 계속 하락해 한번도 올라가지 못한 것처럼 그렸지만 실제와 다르다”고 했다.
삼성이 합병 목표를 허위로 공표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측은 “지배력 강화 목적을 은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지배구조 이슈는 물산주주들이 합병을 찬성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엘리엇 등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도 합병으로 인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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