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찬성 땐 바로 본계약 체결 전망
단순 합산 MAU, 넷플릭스 넘어서
거대 토종 OTT ‘규모’ 경쟁력 갖춰
넷플릭스에 대항할 거대 토종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탄생이 임박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에 대해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가 합의하면서,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주 구조상 티빙와 웨이브의 합병은 좀처럼 막바지 속도를 내지 못했던 상태다. 이제 티빙 주주인 KT의 ‘결정’만이 남게 되면서 최종 본 계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토종 OTT가 ‘규모’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 OTT 생태계를 장악한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9부 능선 넘은 거대 토종 OTT 탄생...넷플릭스 독주 ‘제동’=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 합병안에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가 모두 동의했다.
현재 웨이브는 SK스퀘어 40.5%, KBS·MBC·SBS가 각각 1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웨이브 주주 측의 합의는 완료가 됐다.
마지막 변수는 티빙의 지분의 보유한 KT다. 업계에 따르면 KT가 찬성 입장을 내지 않아 최종 합병의 마지막 관문으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KT스튜디오지니가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 중이다. CJ ENM 48.9%, 젠파트너스앤컴퍼니 13.5%, 에스엘엘줄앙 12.7%, 네이버 10.7%로 티빙의 주주가 구성됐다.
업계 안팎에선 KT가 자체 IPTV 사업이 받을 영향을 우려해 마지막까지 찬성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KT의 올 2분기 IPTV 가입자 수는 942만3000명으로 전년(947만명)보다 감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KT까지 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양측 주주들은 곧바로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 계약까지 마무리되면 넷플릭스와 견줄만한 국내 거대 OTT의 탄생이 현실화 된다. 당장 넷플릭스와 맞먹는 수준까지 이용자 수를 확보하게 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티빙과 웨이브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787만명, 427만명이다. 단순 합산으로 두 회사의 MAU는 1214만명으로 넷플릭스(1167만명)을 압도하는 수준까지 커진다. 티빙과 웨이브의 중복 사용자 수를 감안하더라도 넷플릭스와 격차를 크게 줄이게 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 전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콘텐츠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할 ‘국가대표’ OTT로서의 역할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가 글로벌 OTT 플랫폼에 종속되며 생기는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도 해소할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열린 한국 OTT 포럼 세미나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종속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글로벌 화를 추진할 수 있는 OTT 사업자 탄생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반격’...“끝까지 긴장 못 늦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OTT를 견제하기 위해 넷플릭스의 반격이 계속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합병판’을 흔들기 위한 넷플릭스의 시도가 계속됐던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상파와 물밑 접촉해 콘텐츠 공급 확대를 요구했다. 이를 조건으로 지상파에 ‘막대한’ 비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웨이브의 주주이지만, 동시에 콘텐츠 공급자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제안이 큰 유혹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추후 지상파가 실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확대할 경우, 그동안 지상파 콘텐츠가 핵심이었던 웨이브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도 불가피하다. 지상파의 경영난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지상파가 넷플릭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에게 대항하기 위한 취지로 토종 OTT가 뭉쳤지만, 결국 넷플릭스에게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면, 제 살 깎기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티빙과 웨이브의 본 계약까지 마무리되면 합병 법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내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420억원, 7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실적 개선에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