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동일 가속기 대비 성능 탁월
미국·중국·일본·EU 이은 기술독립
내년 실증 이후 세계 틈새시장 공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시스템온칩(SoC)형태의 슈퍼컴퓨터용 가속기(K-AB21)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TRI 제공] |
K-AB21 반도체 칩 [ETRI 제공] |
국내 연구진이 슈퍼컴퓨터의 핵심기술인 가속기용 칩을 개발했다. 향후 세계 5번째 슈퍼컴 제조국으로 거듭나는 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K-AB21’이라 불리는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가속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개발한 가속기 칩의 크기는 77㎜x67㎜이고, 12나노 공정으로 제작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슈퍼컴퓨터용 가속기에는 범용 프로세서와 64비트 병렬 연산기가 통합, 내장돼 있고, 배정도 부동소숫점(FP64) 연산 병렬처리용으로 8테라플롭스(TFLOPS) 성능을 가진다.
내년 상반기 무렵에는 고성능 컴퓨팅 서버와 소프트웨어(SW)를 통합해 실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슈퍼컴퓨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일본, EU(프랑스) 등 총 4개 국가다.
각국은 범용가속기를 도입해 연산 성능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범용가속기들이 인공지능(AI)용 저정밀도 연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정밀도 연산이 필요한 전통 슈퍼컴퓨터 응용에서는 사용효율이 떨어진다.
AI 추론용 가속기인 신경망처리장치(NPU)는 저정밀도 연산만 지원하다 보니 정확한 과학계산이나 정밀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에는 적합하지 않다.
ETRI 연구진은 전통적인 고정밀도 슈퍼컴퓨터 응용을 가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심기술인 슈퍼컴 가속기 칩(SoC), SW, 계산노드를 자체 개발했다.
가속기 칩 내에는 약 100억개의 트랜지스터(TR)가 들어가 있는 국내 개발 최대 규모의 초병렬 프로세서(가속기 칩)이다. 일종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셈이다.
가속기 시장이 기술분야에 특화해 다변화하는 시점에서 ETRI의 슈퍼컴퓨터용 가속기의 개발로 국내기술 확보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한우종 ETRI 슈퍼컴퓨팅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글로벌 빅테크가 독식하고 있는 가속기 시장을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 기술로 대체해 독립하겠다”면서 “그동안 외산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성과의 기술 검증이 끝나고 난 후, 상용화 시 대규모·고성능 슈퍼컴퓨터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 시스템구축업체와 데이터 센터, 시스템 통합(SI)업체, 냉각업체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엣지서버, 클라우드 서비스 AI교육 등 관련 업체에 기술이전 할 계획이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