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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기습 유증’ 자충수…‘우군’들도 거리두기? [투자360]
시장에 ‘충격’ 준 일반공모 유상증자
금감원 팔 걷어부쳐…‘명분 전쟁’ 무게추 한 쪽으로 기우나
재계·기관 판단에 예의주시…피로도 또한 가중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내 입주현황판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택하며 자본시장에 충격을 준 가운데 사업상 협력관계를 맺던 파트너사와 국민연금 등 기존 주주들의 판단에 관심이 모일 전망이다. 이번 유상증자 타겟은 MBK·영풍 연합의 지분 희석인 것으로 풀이되지만, 명분 싸움에서 고려아연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중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경위 등에 대해 부정거래를 포함한 위법 혐의가 확인되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진행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 및 질의응답’에서 고려아연 및 유상증자·공개매수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의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수사기관 이첩과 함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를 취득해 소각하겠다는 계획에 이를 유상증자로 상환하려는 목표가 포함됐다면, 이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감춘 것이라고 짚었다. 이사회 의장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또한 책임소재 공방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11일 공시한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전날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기재했다.

특히 주관사에 부서 간 칸막이인 ‘차이니스월(정보교류 차단)’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고려아연의 장래계획을 시장에 투명하게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사무취급 증권사이자 일반공모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은 두 거래를 모두 동일한 부서에서 담당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두 업무를 모두 기업금융2본부 IB1팀에서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날짜 기재에 착오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오해가 있어 금감원에 성실히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현안 브리핑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고려아연에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감원이 세밀한 칼날을 들이대기 전 고려아연이 자체적으로 미비점을 개선하는 태도가 요청된다는 의미에서다.

국면이 전환되며 사업상 파트너 관계를 이어오던 대기업집단 및 기존 주주들 또한 이해득실 판단에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간 MBK·영풍 연합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고려아연은 외부세력으로부터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경영권 방어 등 각각 프레임 전쟁을 해왔지만 고려아연의 행보로 명분 싸움의 무게추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고려아연이 꺼내든 유상증자 카드는 주주들의 희생이 수반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 기존 주주들조차 지분율 희석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피로도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6회 화학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잇단 혼란에 대해 “산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우주 기타비상무이사(현대자동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 등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사항을 의결하는 이사회에 불참하며 일찌감치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상황을 관망하며 시세차익 확보에 나선 국민연금 행보 또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보유 주식 중 7만1766주(0.35%)를 지난 3분기 중 매도했다. 고려아연 주가가 150만원을 돌파한 지난달에도 차익실현에 나섰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표대결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앞선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측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향후에는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기보다는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판단이 당위성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할 일”이라면서도 “명분을 포기하고서라도 실리를 얻겠다는 시도가 그의 의도대로 관철되기 위해서는 우군 혹은 기관투자자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졌다”라고 짚었다.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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