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 수백억원 들여도 주민들 생활 불편 여전
뉴타운 지정 17년 만에 다시 뉴타운식 전면 개발로
신통기획이 적용되는 창신동 일대 테라스하우스 조감도.[서울시 제공] |
창신동 일대 신통기획이 적용되는 4개 구역 통합 조감도.[서울시 제공]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 대표 낙후 지역으로서 한때 ‘뉴타운’ 유망주였다가, ‘도시재생’의 아이콘이 되었다가, 다시 ‘신통기획’의 대표 수혜주가 된 창신동. 서울 도심과 외곽의 경계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이 동네가 마침내 여의주를 물었다.
시는 창신동 23-606(옛 창신9구역), 629(옛 창신10구역) 일대를 신통기획 신규 대상지로 확정하고 지난해 신통기획이 확정된 창신동 23-2, 숭인동 56-4 일대를 포함한 4개 구역 약 34만㎡ 부지에 6400가구의 대규모 주거지를 조성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한양도성과 사대문의 흥인문, 조선 궁궐의 좌청룡 낙산을 품은 서울 강북권 대표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서울 광화문 일대 중심업무지구(CBD)와 가깝고, 대학로·서울대병원·창경궁·DDP 등과도 멀지 않아 역사·문화·예술·의료복지 인프라를 두루 갖춘 입지다.
▶뉴타운에 웃다가 울다…뉴타운 시범지구 수억원대 추가분담금이 도화선=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이던 2007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가, 당시 뉴타운 3개 시범지구(왕십리, 은평, 길음) 입주자들이 추가분담금 폭탄에 항의하는 소동이 이어지자 뉴타운 해제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 취임한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을 해제할 방법이 없다’는 뉴타운 지구 주민들의 호소에 이른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불리는 뉴타운 해제 조례를 만들었다.
조합원 절반 이상이 반대하면 뉴타운 해제가 가능하도록 한 최초의 행정적 절차였다.
이것으로 인해 서울 전역에 뉴타운 해제 운동이 확산됐다.
하지만 ‘30평대 집을 내놓으면 30평대 아파트를 준다’던 당국자들의 말은 현실과는 멀었다.
집을 내놓으면 시세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으로 보상해줘 집주인들의 불만이 1차로 폭발했다.
이어 수만평대 뉴타운 지구 땅을 조성한 것까진 좋았지만, 뉴타운 지구 내 마땅히 들어서야 할 도로나 공원 등 공공기반시설 또한 금싸라기 같은 주민들의 땅으로 조성하다보니 주민들 보상액은 살던 집값의 절반 정도까지 떨어졌다.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에 이사하는 날 뉴타운 시범지구 주민들에게 추가분담금 수억원이 부과됐다.
기존 집을 정리한 주민이 아파트 입주도 못하고 이삿짐을 임시로 둘 창고를 전전하는 모습이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방영되자 뉴타운 지구 주민들 대다수는 뉴타운 반대로 돌아섰다.
하지만 뉴타운의 대안이 과연 ‘도시재생’이었을까.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창신동 일대 뉴타운 지정을 해제하고 2014년 이 지역을 도시재생사업 1호이자 도시재생 선도구역으로 지정했다.
도시재생은 뉴타운과 같은 전면 재개발이 아니라 보존 중심의 개발 방식이다.
창신동 일대에 당시 약 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전망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활 인프라가 크게 개선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만이 큰 상태다.
도로가 좁고 경사가 급해 소방차 진입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창신동 일대 4개 통합개발구역 위치도.[서울시 제공] |
창신동 일대 4개 통합개발구역 단지 배치도.[서울시 제공] |
▶도시재생 찍고 오세훈표 신통기획으로 다시 전면 개발의 길 가다=이번에 시는 ‘오세훈 대표 정비사업 모델’로 불리는 신통기획에 따라 창신동 전면 개발에 나선다.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서울시가 통합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신속하게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 제도다. 정비구역 지정까지 통상 5년 정도 걸리던 것을 최대 2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
구릉지형으로 도로가 협소하고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창신동 일대에는 한양도성, 흥인지문 등 국가유산이 산재해 각종 규제에도 묶여 있다.
시는 이러한 특성을 최대한 개발계획에 반영해 구릉지 등 지형적 한계는 극복하고, 역사·경관적 가치는 살리며 지하철역 인접 등 편의성은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구역 일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창신길 폭을 넓혀 종로~낙산의 진출입을 돕고자 한다.
종로로 집중될 수 있는 교통량을 분산할 수 있는 동서 연결도로도 확충한다.
보행 환경도 개선한다.
한양도성 서측-창신동 개발구역 일대-채석장전망대-창신역-숭인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900m 구간에 동서 입체보행로를 설치한다.
보행 친화적 설계로 보행육교나 엘리베이터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또한 종로, 낙산길 연접 필지를 구역에 포함시켜 토지 효율성을 높이고 구릉지 위쪽 노인복지센터,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을 창신길과 종로 이면부 등 하부로 이전할 계획이다.
지형상 단차를 활용해 테라스하우스, 필로티·연도형 상가 등 창의적 건축 디자인을 적용한다.
한양도성, 낙산 등 역사유적,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영역별 높이 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한다.
전체 높이는 낙산(125m) 이하로 정하고 한양도성과 낙산능선변은 중저층, 종로와 창신길변은 고층을 배치한다.
시는 향후 정비계획 수립이 빠르게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창신동과 숭인동 4개 지역을 한양도성의 역사·문화와 낙산 경관, 도심의 편의성을 모두 누리는 도심 대표 주거지로 조성해 시민에게 양질의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