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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당장 전면전은 피해…日 ICJ 단독제소 강행이 ‘일촉즉발’ 뇌관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21일 일본 각료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외교보복 방안을 확정하지 않음으로써 당장 한일간 외교 전면전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일본이 우리 측의 거부가 뻔한 독도의 국제사법재판소(ICJ) 공동제소를 공식 제안한 것은 단독 제소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일촉즉발’의 상황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수 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일본이 ICJ 단독제소가 이뤄질 경우 양측의 외교 전면전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말 일본 정부가 각 부처에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보복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21일 각의는 한국에 대한 사실상 ‘외교전 선전포고’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각의 결과는 한국 측에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공동제소하자는 공식외교문서(구상서) 채택 뿐이었다. 구체적인 외교적 보복방안은 검토만 이뤄졌고, 실행결정은 내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정부는) 한국 정부가 거부를 정식으로 결정 되는대로 단독 제소 준비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외교도발이 작전상 유예일 뿐 포기가 아님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일본 정부 각 부처가 내놓은 각종 보복책도 각의를 거친 만큼 언제든 ‘실행모드’로 바뀔 수 있다. 후지무라 관방장관이 21일 각의에 대해 “향후 정부 전체의 대처에 관한 논의를 할 출발점”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가장 민감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관련 발언은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며 유연하게 대처했지만, 독도 문제에는 단호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날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고유 영토로, 영토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ICJ에 갈 이유도 없고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또 “ICJ 가입시 강제관할권(강제재판권) 부분은 유보했기 때문에 설령 일본이 단독으로 제소해도 우리 정부의 동의가 없으면 독도 영유권 문제가 ICJ의 사법적 판결대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한편 일본 정치권 상황도 한일 외교전 재발의 불씨다. 야당인 자민당은 독도 문제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에 대한 민주당 정부의 대응을 문제삼아 총리 문책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는 가을 의회해산과 총선까지 맞물려 노다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의회해산과 총선실시에 반대하는 노다 정부는 자민당의 공세를 맞서기 위해 위해 대중(對中), 대한(對韓) 강경책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일본에 대해 강력한 외교ㆍ경제적 압박수단을 가졌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국의 힘에 못미치는 것도 변수다. 즉 일본으로서는 외교ㆍ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영토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버거운’ 중국보다는 ‘만만한’ 한국을 택할 수도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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