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 경제 3단체와 일한경제협회는 6일 오후 “민간인 강제징용 배상문제는 이미 끝난 문제"라면서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 거론할 경우에는 양국 경제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양국의 역사문제에 경제관계를 결부시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이는 전날 공개된 일본 외무성의 ‘최근 한국의 정보 발신’이라는 제목의 문서 내용과 일치한다. 외무성은 이 문서를 통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에도 한국 측은 1990년대 초반부터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억지주장을 폈다. 외무성은 또 한국 사법부 판결마저 부정했다. 문서는 “2011년 8월 한국 헌법재판소 판결이 한일관계의 기초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겼다.
일본 정부와 경제계가 한 목소리를 낸 계기는 서유럽 순방에 앞서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 BBC와 가진 인터뷰가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에 일본이 소극적인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일본 정부를 겨냥했다.
일본 정부가 배상 문제 종결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한국 사법부의 배상판결에 노심초사하던 미쯔비시 중공업과 신일본제철 등 기업들은 “배상은 절대 안되지만, 기금 조성은 검토할 수 있다"던 입장까지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 사과하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조속히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외교가와 경제계에서는 “일본 정부와 경제단체의 과거사와 얽힌 배상 외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반발하면서 양국관계가 계속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결국 일본기업쪽에서도 한국의 투자와 협력 축소를 검토하는 수순으로 갈 공산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박종찬 전경련 동경사무소 과장은 “현지 분위기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징용 배상문제는 거론된 기업 외에도 하청 등으로 더 많은 기업이 관련돼 일본 재계 전체에 위협이 된다고 인식해 성명 등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과 협력을 추진중인 기업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재계가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양국 기업 간 산업 협력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감정도 상당히 격앙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만 하더라도 신일본제철이 배상을 거부하면서 기술 협력 등 관계를 정리하라는 시민사회의 압력을 받은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양국관계를 톤 다운 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역사문제와 정치, 경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