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83명이 등록할 예정이었지만 1명이 건강악화로 상봉을 포기했다.
60여년만의 만남을 앞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눈물 없이 지켜보기 어려운 갖가지 풍경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북한에 사는 누나 김창숙씨를 만나게 될 김명복(66)씨는 누나에게 보여주려고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을 들고 와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아버지는 6·25 전쟁 발발 직후 남쪽으로 오셨고, 어머니는 1·4 후퇴 때 3남매 중 누나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나와 여동생만 데리고 피난 왔다”며 “어머니가 부부싸움이라도 하실 때면 아버지에게 당신이 먼저 내려가는 바람에 명자를 두고 왔다고 타박하시고, 아버지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하셨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누나를 북한에 남겨두고 온 데 대해 평생 한을 갖고 계셨다”면서 “아버지가 ‘내가 죽더라도 꼭 누나 명자를 찾으라’고 남기신 유언장을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잃어버린 누나를 꼭 찾으라’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장을 들고 누나를 만나러 가는 이산가족 김명복씨 <사진=속초 이산가족상봉 공동취재단> |
아들과의 상봉을 신청했다가 아들이 이미 숨을 거둔 바람에 생면부지의 손자를 만나게 된 백관수(90)씨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중 가장 먼저 속초에 도착했다.
인천에 사는 백씨는 혈육을 보고싶은 마음에 이른 새벽에 일어나 택시를 대절해 속초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백씨는 올해 서른살이 된 손자가 좋아할 것 같아 초코파이와 함께 내복, 의약품, 화장품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백씨는 “나만 남한에서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손자가 나를 원망하는 눈으로 볼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백씨의 딸 백운경씨는 “동해에 눈이 많이 왔다길래 늦을까봐 일찍 출발했는데 제일 먼저 도착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