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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스 리만 덴마크 대사 “닮은 나라 한국ㆍ덴마크…빠른 의사결정ㆍ對面 만남 중시 비슷”
“무역ㆍ교역 시 철저한 사전조사ㆍ빠른 의사결정ㆍ네트워크 중시 닮아”
“뱅앤올룹슨 등 간단ㆍ실용적 디자인…제품 속 스토리텔링이 인기 비결”
“덴마크는 强小企業 많은 국가…창조경제 정책 펴는 한국과 함께하고파”

[헤럴드경제=홍길용ㆍ신상윤 기자]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덴마크 대사관저. 토마스 리만(49) 주한 덴마크 대사가 취재진 수십명 앞에 섰다. 덴마크 가전 업체 뱅앤올룹슨이 국내 출시한 4K(UHDㆍ초고해상도) TV ‘베오비전 아방트’, 무선 스피커 ‘베오랩 20’의 미디어 쇼케이스 자리였다.

리만 대사는 자신의 ‘집’을 행사장으로 내준 것도 모자라, 제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뱅앤올룹슨은 혁신적인 기업이자, 덴마크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업체”라고 기자들에게 계속 상기시켰다.

리만 대사는 같은 날 관저에서 열린 세 차례 행사에 모두 나섰다. 인터뷰도 행사 중간 잠시 짬을 내 진행했다. 그럼에도 그는 바쁜 내색 없이 “해외에서의 덴마크 기업 지원은 대사가 할 일”이라며 “오늘은 뱅앤올룹슨이라는 특정 브랜드를 통해 덴마크 디자인 전반을 프로모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가 한 기업과 제품의 홍보대사를 자처할 수 있는 융통성, 즉 발상의 전환이 덴마크를 ‘작지만 강한 나라’로 만든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는 면적(4만4094㎢)과 인구(556만여 명)가 각각 우리나라의 절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7998달러(지난해 기준)나 된다. 뱅앤올룹슨을 비롯, 레고(장난감), 로얄코펜하겐(도자기), 베스타스(풍력발전)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포진한 나라다.

-부임한 지 한 달(지난달 12일 신임장 제정)이 돼 간다. 한국인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덴마크인과 한국인은 공통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사업 마인드라고 본다. 무역이나 교역을 할 때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지만 결정은 빨리 내리는 점이 닮았더라

-한국에서도 뱅앤올룹슨 같은 덴마크 제품들이 인기가 있다.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어서 각광받지 않나 싶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 제품들은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을 갖췄다. 이런 점이 한국인들 성향과 맞는 것 같다.

-덴마크가 디자인 강국이 된 비결이 있다면.

▶제품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 만든 의자나 조명 등에는 역사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덴마크 디자인 분야에는 이런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 세계 어린이와 키덜트(kidultㆍ어린이의 물건이나 문화를 즐기는 어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세계 1위 장난감 업체가 된 레고의 이야기도 나왔다. “덴마크 디자인 속에는 창의적인 DNA가 숨어있다. 대표적인 예가 레고다. 아이들은 블록을 쌓고 놀며 자신이 만든 형상에 내재된 역사, 과학 등을 배운다. 덴마크 교육도 즐거움 속에서 창조, 혁신, 더 나아가 사업가정신까지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국에도 이런 점이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리만 대사는 강원 춘천에 건립을 추진 중인 ‘레고랜드 코리아’에 대해서도 “설립과 인지도 제고를 위해 강원도 등과 노력하고 있다. 이르면 2018년께 세워질 것이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레고랜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만 대사는 대사라는 자신의 직책을 잊지 않았다. 시종일관 두 나라의 교류를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도 덴마크와 교류하면 디자인 분야에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 간 교류는 물론 온실가스 감축 같은 녹색기술 등 분야에서 정부, 기관 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협력을 한층 강화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도 코펜하겐이 ‘상인의 항구’라는 뜻을 지녔을 정도로 덴마크는 무역 강국으로 유명하다. 덴마크 기업들은 어떻게 현지에서 좋은 관계를 맺나.

▶일단 사람들 성격이 외향적이다. 현지 사업 파트너에 철저히 맞춘다. 파트너가 무엇을 원하는지 사전조사를 철저히 한다. 또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직접 얼굴 보고 만나며 관계를 두텁게 한다. 그 점은 한국과 비슷하다.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가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 덴마크 대사관저 내 거실에 설치된 덴마크 가전 업체 뱅앤올룹슨의 4K(초고해상도ㆍUHD) TV 신제품 ‘베오비전 아방트’ 앞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뱅앤올룹슨은 대기업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지만(매출 27억9000만크로네(약 6542억원)ㆍ2008년 기준), 세계적인 강소기업(强小企業)이다. 덴마크가 이처럼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비결은.

▶덴마크 기업들은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꾸준히 개발하고 혁신한다. 특히 중소기업은 사업이 결정되는 과정이 대기업보다 짧은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덴마크 중소기업들도 규모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한국의 창조경제가 중소기업의 혁신과 창업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한국과 함께하고 싶다.

이제 임기를 갓 시작한 리만 대사의 포부는 당찼다. 경제학 전공자답게 교류의 초점은 상당 부분 경제와 산업에 맞춰져 있었다.

“무역, 관광 등에서 관계를 강화하고 두 나라의 교류를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 시장 진출을 생각하는 덴마크 기업에게 정보도 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이 곳이 위험하지 않다고 설득하는 것 말입니다. 제가 볼 때 두 나라는 공통분모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이 대사로서 첫 부임지입니다. 이제 시작이니만큼 정말 잘 하고 싶습니다.”

토마스 리만이 걸어온 길

▷1965년 덴마크 코펜하겐 출생
▷1992년 코펜하겐대 경제학 석사ㆍ덴마크 외교부 무역정무부처 과장
▷1996년 주(駐)아일랜드 덴마크 대사관 1등 서기관
▷2003년 주스웨덴 덴마크 대사관 공사 참사관
▷2007년 덴마크 외교부 EU(유럽연합)조정부처 차장
▷2010년 덴마크 외교부 EU조정부처 부장
▷2014년 주한 덴마크 대사(현)


대담=홍길용 재계팀장

정리=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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