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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군사회담 후폭풍...南 신뢰 추락, 北 말을 믿어야하나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이 지난 15일 가졌던 비공개 군사당국자 접촉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모든 대북관계를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이번 군사당국자 접촉 과정에서 이 같은 원칙은 철저하게 묵살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접촉 이후 남한 당국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말을 공개한다는 빌미로 200자 원고지 50장이 넘는 분량의 조선중앙통신 ‘공개보도’를 통해 남북이 접촉 전 수차례에 걸쳐 전통문을 주고받은 내용을 폭로하면서 우리 정부의 처지는 더욱 딱하게 됐다.


국방부는 북한의 공개보도에 대해 접촉 관련 내용을 왜곡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어떤 부분이 왜곡됐느냐는 질문에 “공개와 비공개 관련 부분인데, 비공개접촉 제의는 우리가 했고 북측이 동의한 것”이라며 “마치 동의 안한 것처럼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북한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7일과 8일, 10일 거듭해서 ‘긴급단독접촉’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우리측이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10일에서야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하되 비공개접촉을 갖자고 먼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 북한의 공개보도에는 자신들이 동의 안했다고 해석할만한 대목도 없다.

이 때문에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에 이어 “왜곡된 게 없지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북한이 제의한 의제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접촉 직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서해 해상경비계선 내 우리 함정의 진입 금지, 민간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언론을 포함한 비방·중상 중지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공개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쌍방이 서해상의 예민한 선을 넘지 않는 문제와 고의적 적대행위가 아니면 선불질(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문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교전수칙 수정 문제, 대화와 접촉 지속 등 4대 의제와 함께 불법어선 단속 함정의 표식 부착 등을 제안했다. 이는 국방부도 확인한 내용이다.

서해상의 충돌과 교전수칙 같은 민감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선제공격 중지와 대화 지속, 불법어선 단속 함정의 표식 부착 등은 남북이 충분히 논의해볼 법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정부가 북한의 7일 접촉 제안은 거부했다가 10일에서야 수용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측이 긴급단독접촉을 제안한데다 서해상 남북 함정간 사격전이라는 엄중한 의제를 다루고, 2차 고위급접촉을 앞둔 예민한 시기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흘 전이었던 7일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물론 북한이 당초 양측이 합의한 것과 달리 국제관례에서 벗어나서 일방적으로 접촉내용을 공개한 행태를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13일 남북 2차 고위급접촉을 오는 30일 개최하자고 제의해놓고도 ‘제의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가하면,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단독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가 발신과 수신 명의를 오해한 것이라고 해 혼선을 조장하는 등 최근 정부의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면 오히려 북한 말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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