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 입장 발표 후 당 안팎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2일 열린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 중진 의원들이 청와대를 향한 견제성 발언을 쏟아내며 당청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저희가 야당 시절에 여당 의원들끼리 주고받은 ‘참 옳은 말을 해도 싸가지 없이 하노’란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고 소개한 뒤, 당이 정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최근 우리 당에서 하는 행동이나 내용은 고민 끝에 나온 것이고, 말의 표현도 전혀 싸가지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당과 청와대의 관계는 완전히 같을 수도 없고, 완전히 다를 수도 없어서 공자가 말한 ‘화이부동(和而不同ㆍ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아니함)’이란 말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동안 우리는 지나친 완승주의나 완패주의란 제로섬 싸움에 젖어왔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당청간에 (의견의) 전달과정과 운반과정도 신중해야 한다”며 “그래서 우리가 걱정하는 레임덕 현상을 막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해야 될 부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동기 후보자 때문에 국민들께서 걱정하는데 한나라당이 잘했냐, 청와대가 잘했냐는 지엽적인 문제”라면서도 “청와대가 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국민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되돌아보고) 앞으로는 청와대가 그런 일을 더 잘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4선의 이해봉 의원은 “근래의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걸 보면서 지도자의 자질과 덕목이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며 “중국의 당 태종은 넓은 포용력과 군주시대에서 민주적 사고를 가졌기 때문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데, 그는 언제든지 귀를 열고 백성의 쓴소리를 즐겨 듣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일을 지켜보면서 한나라당과 국회가 임금에게 간언(諫言)을 하고 바른소리, 쓴소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면에서 최근의 상황을 보시면 한나라당과 국회가 해야 될 일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정치 선진화 없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정치 선진화 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공식 발언을 삼갔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자신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지난 11일 정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 회동을 가졌다는 한 언론보도의 진위를 기자들이 묻자 “안 만났다. 오보다”라고 답했다.

<서경원 기자 @wishamerry>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