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 어린이 110여명 억류…영어 열풍에 멍든 대한민국
비인가 학원들 우후죽순단기간 수익내기 장삿속
싼값에 기본절차 무시
업계선 “터질게 터졌다”
최근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 어린이 110여명이 현지에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억류되는 사건이 13일 뒤늦게 밝혀지면서, 영어권 국가임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했던 필리핀 어학연수와 유학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일부 학부모와 유학업계, 학원가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14일 유학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영세 소규모 및 비인가 학원이 외국인 학업허가증(SSPㆍSpecial Study Permit) 발급 수수료를 아껴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을 모으기 위해 SSP 없이 연수를 떠났다가 이민당국에 적발돼 현지에서 발이 묶인 사례가 예전에도 종종 있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학원 가격까지 ‘덤핑’ 사태까지 벌어지고, 이에 따른 피해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는 것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처리를 학원 측이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학업체 관계자는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지난해 여름에도 그 해 설립된 신생업체가 무리하게 SSP 없이 필리핀 어학연수를 추진했다가 현지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돌았다”고 전했다.
필리핀 이민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관광비자나 무비자로 현지에 입국해 공부를 할 수 없다. 학생비자나 SSP 없이 학업을 이수하다 적발되면 나이나 성별ㆍ연수기간에 상관없이 벌금, 구금 및 강제추방 등의 처벌을 받는다.
필리핀 어학연수는 ‘방학을 이용해 단기로 필리핀만 다녀오는 것’과 ‘캐나다ㆍ미국 등 서양의 영어권 국가와의 연계 연수를 위해 필리핀에서 잠깐 머물다 가는 것’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기후나 학습환경이 열악하고, 발음상으로도 세계 영어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영국이나 미국식 영어와 많이 차이가 나는 필리핀에서 6개월 이상 어학연수를 하는 경우는 드물어 단기간에 수익을 뽑으려는 경우가 많다.
한 필리핀 전문 유학업체 대표는 “현지에 도착해서야 한국인만 가득한 학원에서 공부를 하거나, 프로그램이 석연치 않은 문제를 파악하고도 어차피 짧게 있을 거고 다른 어학연수에 비해 비용이 싸니 그냥 눈감는 학생이나 학부모도 많다”고 전했다.
소비자단체는 유학이나 어학연수 상담 시 해당 업체가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고 당국에 등록이 돼 있는 정식업체인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조사부장은 “어학연수 관련 업체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거나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 시 구두로만 하지 말고 계약서상에 모든 부분을 확인해 추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상윤ㆍ박수진 기자/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