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전문 수십만건을 폭로해 미국을 곤란에 빠뜨렸던 위키리크스가 이번엔 금융기관과 연계해 세금을 빼돌린 명단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철통 같은 ‘스위스 비밀계좌’의 진실이 드러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 ‘율리시스 바에르’의 케이먼군도 지점장이었던 루돌프 엘메르가 17일 오전 11시 15분 영국 런돈의 프런트라인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0여명의 탈세 혐의가 담긴 CD 두 장을 위키리크스에 전달할 예정이다.
엘메르는 앞서 15일 스위스 일간 존타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폭로로 은행의 고객 비밀법 뒤에 숨어 세금을 피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며 “더 많은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문서에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3개의 굵직한 금융기관과 거래한 2000명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전 세계 억만장자와 미국, 영국, 독일 등의 대형 헤지펀드 운영자 등이 목록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인 40여명도 포함돼 있어 이번 폭로의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자회견 장에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참석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존타그는 “어산지가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지만 AFP는 그의 변호사가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엘메르는 “어산지가 온라인 화상으로라도 모습을 내비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CD를 넘겨받더라도 즉시 공개하지 않고 검토한 다음 탈세가 사실로 포착되면 나중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메르는 앞서 2007년에도 한 차례 위키리크스에 비밀 서류를 넘긴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9일 스위스 취리히 지방법원에 금융비밀법을 어긴 혐의로 출두할 예정이다. AP는 만약 엘메르의 혐의가 인정되면 최소 3년형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폭로로 위키리크스의 존재감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미국은 일시적으로 위키리크스를 폐쇄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빗발치면서 폐쇄 조치를 철회하기도 했다.
<김우영 기자 @kw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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