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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 자리 탐나도 청문회 로비는 좀…
낯 뜨거운 인사청문회 열기가 한창이다. 정동기 감사원장의 자진사퇴 이후 17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18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진행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부동산 투기, 이중 소득공제, 논문 표절, 재산세 체납, 국민연금 미납 등에 대한 도덕적 검증 회오리에 말렸다. 누구 하나 떳떳한 사람이 없다는 실망감 가운데 일부 후보자의 돌출 행동이 국민의 기대를 더욱 저버리고 있다.

특히 최 후보자가 지난주 여의도 의원회관을 부지런히 찾은 사실이 알려져 뒷맛이 몹시 쓰다.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으로 불과 며칠 전까지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낸 인사가 ‘나랏일(國事)’ 협의가 아닌 일신상의 문제를 ‘부탁’하기 위해 국회를 로비 방문한 것이다. 청문회에서 질문을 살살 하고, 장관 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 말아 달라는 호소를 위해서다.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로부터는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느냐, 이렇게 하면 실례다”라는 모멸에 가까운 훈계도 들었다고 한다. 머리 좋은 출세주의자의 어처구니없는 발상과 행동이 사뭇 부끄럽게 비쳐진다.

장관은 대통령과 함께 국사를 논의하는 국무위원으로 행정부의 꽃에 비유된다. 또 대통령 유고 시에는 서열에 따라 그 권한을 대행하는 중요한 자리다. 국무위원의 권위와 품격은 곧 나라의 권위와 품격이며 자존심이다. 그런데 국무위원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입법부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니, 품위와 자존심은 여의도 샛강에 던져버린 것인가. 이런 정신 자세로 과연 소신 행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렇게 청문회에 자신이 없으면 장관 자리를 다른 인재에게 넘겨주는 것이 국민과 인사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더욱이 최 후보자가 누구인가. 경제관료 시절에는 세간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뚝심 있는 일처리로 ‘최틀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경제수석으로 일할 때는 “비서는 입이 없다”며 진중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무게감도 보여줬다. 그런 그가 지금은 장관 자리에 연연해 기개와 자존심을 내동댕이친 초라함에 묻혀버렸다. 일국의 장관은 폭풍우와 천둥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당당한 자세로 대통령을 보필해야 한다. 그런 인물로 내각이 꽉 차야 비로소 국정이 건실해지고 레임덕이란 말도 나오지 않는다. 장관 자리가 좋은지는 알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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