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주사들이 줄줄이 새주인을 찾아나서고 있다. 심각한 영업난으로 경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충북의 안방 마님인 충북소주가 경영난을 넘지 못한채 롯데그룹에 인수되고, 부산에 텃밭을 둔 대선주조도 M&A 시장에서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진로와 롯데 두 재벌기업의 소주전쟁이 전국으로 확전되면서 그 불똥이 지방 소주업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국 8도는 이미 진로와 롯데 두 재벌 소주기업의 진검승부 게임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방 소주사들은 재벌 소주사의 남진작전에 맞서 안방 사수에 올인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주류업계 일각에선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는 이유다.
▶줄줄이 주인 바뀌는 지방 소주=롯데칠성이 충북 향토 소주업체인 충북소주를 인수한다. 롯데칠성은 빠르면 21일께 350억원 안팎을 지불하고 충북소주와 인수를 위한 주식양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연평균 220억원의 매출과 15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두던 충북소주가 롯데칠성에 매각되는 이유는 진로, 롯데 등 재벌기업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무리하게 유통망 확대에 나서면서 경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장덕수 충북소주 사장이 1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주에 대한 면허규제가 완화되는 등 경영여건이 급변했다”며 “현재의 흑자 규모로는 4,5년 뒤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는 부산 향토소주 기업인 대선주조도 마찬가지다. 이미 신준호 푸르밀(구 롯데우유) 회장에 의해 ‘먹티 논란’에 휩싸였던 대선주조는 현재 M&A 시장에 올라온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주조 공개 입찰엔 현재 충북소주를 인수하는 롯데칠성을 비롯해 삼정-비엔그룹 컨소시엄, 무학 등이 치열한 ‘3파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대전ㆍ충남의 선양이 2004년 IT업체인 벨소리 5425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전북 향토기업인 하이트소주(구 보배)도 하이트맥주를 거쳐 충북소주로 인수된 바 있다.
▶지방 소주가 비틀거리는 이유=지방 소주회사들이 시장점유율 하락과 매출급감 때문에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 이들 업체는 전국적 규모의 소주회사인 진로와 롯데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자신들의 ‘안방시장’ 에서 조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방소주사가 위기를 맞은 배경엔 주정배정제도와 지방주 50% 판매의무제도가 철폐되면서 수도권 재벌 소주회사의 지방 진출 빚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조항이 철폐되면서 진로, 롯데 등 수도권 재벌 소주사들은 수도권에 집중됐던 영업력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남진정책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90% 안팎을 상회하던 지방 소주사의 텃밭 점유율이 급속히 하락하는 등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대전ㆍ충남의 선양과, 부산의 대선주조는 자도주 시장점유율이 40%대를 맴돌고 있다.
특히 충북(충북)과 하이트(전북)은 20%대로 떨어져 사실상 텃밭을 진로와 롯데 등 재벌기업에 빼앗긴 상태다. 나머지 지방 소주시장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로와 롯데 등 두 재벌 소주업체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 밀려 안방 지키키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반면 진로와 롯데는 지방 소주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진로는 43~44%대인 시장점유율을 45%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롯데주류도 2~3년전 11% 안팎이던 점유율을 올핸 최고 15%대까지 끌어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롯데주류가 충북소주와 대선주조까지 인수한 뒤 자금력과 유통조직을 총동원할 경우 장기적으로 30%대 진입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로 vs 롯데, 소주대전 불가피=롯데칠성은 충북소주를 인수할 경우 소주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게는 전망하고 있다. 롯데는 벌써부터 충북소주 인수를 신호탄삼아 수도권과 충청권을 동시 공략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M&A 시장에 나온 대선주조다.
대선주조 공개 입찰에 뛰어든 롯데칠성이 대선까지 손을 넣을 경우 롯데는 롯데주류-충북소주-대선주조 등 3개 소주회사를 거느리는 소주왕국으로 변신하게 된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압박하고, 충북소주와 대선주조를 앞세워 충청권과 영남권을 공략한다는 게 롯데칠성의 전략이다.
물론 롯데의 공격 타킷은 대한민국 소주 1위인 진로다. 롯데주류-충북소주-대선주조를 삼각편대 삼아 소주업계 1위인 진로와 NO.1자리를 놓고 진검승부할 수 있는 힘을 갖추기 때문이다. 진로가 국내 맥주 1위인 하이트와 영업망을 통합하고, 롯데의 충북소주와 대선주조 M&A 행보에도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남주 기자 @choijusa> calltax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