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와 총영사 등 공관장에 대한 객관식 다면평가가 도입돼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실시된다. 상하이 스캔들 등 연이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해외 공관장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8일 “공관장 인사에 같이 일했던 직원들의 평가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며 “정확성을 위해 수백 문항의 객관식 평가 항목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외 각 공관의 최고 수장으로 사실상 인사평가에 사각지대였던 공관장들을 후배 직원과 이웃 공관장 등이 점수를 매기고, 이를 인사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다. 이 과정에서 객관성을 담보하고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평가 문항을 주관형 서술식이 아닌, 객관식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공관장 인사 개혁은 앞서 청와대가 도입한 장관 후보자 자기검증 시스템을 참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최근 연이은 장관 인사 낙마 사태 직후, 사전 검증 강화 차원에서 수백 문항의 객관식 자술서를 후보자들에게 작성하도록 한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공관장 인사에 윗선의 의중이 아닌, 동료와 부하직원들의 평가가 반영되는 것은 유례 없는 실험”이라며 개혁 의지를 평가했다. 지난해 장관 딸의 특채 파동 직후 불거진 정실인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관장 인사의 기수 파괴를 선언했던 것보다 한발 더 나간 조치라는 의미다. 최근 상하이 스캔들로 낙하산 공관장 인사가 도마에 오른 점도 외교부의 인사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었다.
객관식 다면평가를 골자로 한 외교부의 새로운 공관장 인사 실험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 중 평가 방법과 항목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차기 공관장 인사 시 앞선 객관식, 다면평가 결과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외교부의 공관장 인사 실험이 완성될 경우, 그동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비선호 공관이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도 분석됐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근무 및 주거 여건이 편한 유럽과 미주 등이 선호된 반면,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의 소형 공관은 기피 대상이였다”며 “그러나 정부가 자원외교 및 경제외교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 이들 공관이 상대적으로 인사 평가의 핵심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