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각) 미군 작전으로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뒤, 미국 시민들은 9.11테러 현장인 뉴욕시 ‘그라운드 제로’에 모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들뜬 마음도 잠시, 이튿날 출근길 미국인들을 맞은 건 한층 강화된 테러 경비와 되살아난 테러 공포이다. 워싱턴과 뉴욕 등 대도시에는 국가기관이나 공공시설은 물론 지하철역 등에도 보안요원들이 대폭 증원됐다.
재닛 나폴리타노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2일 보복 테러에 대비해 “경계 상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리언 파네타 국장은 “테러리스트들은 거의 확실히 복수를 시도할 것”이라며 “조금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Interpol) 역시 성명을 내고 “빈 라덴은 이제 없지만 그의 죽음이 알 카에다와 테러 집단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각국의 경계수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알 카에다가 10년 전부터 점 조직 형태로, 수평적이며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집단은 전 세계 70여개국에 흩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2009년 성탄절 미국행 여객기 폭파 기도 사건과 지난해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소포폭탄 항공기 테러 기도 등은 알 카에다의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에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제임스 린지 부회장은 “빈 라덴은 ‘실질적 지도자(mastermind)’라기보다는 ‘명복상 최고인물(figurehead)’이었다”고 지적했다.
빈 라덴이 생전 “절대 산 채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죽는다면 무수한 ‘추종자’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따를 것이라고 공언해온 점도 테러리스트들의 부추길 수 있다.
영국 BBC방송은 “빈 라덴 추종자들은 빈 라덴의 죽음이 그들의 성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과시하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은 보복공격을 천명하고 있다. 한 이슬람 근본주의 사이트에는 “미국인들을 죽이는 것은 여전히 합법적이다” “빈 라덴은 죽었지만 성전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여행 경보를 격상하며 외국 주재 공관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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