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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공기업 경영평가, 실적에 대한 정량평가보다 공공성 반영비율 높여야
강주남 경제부 차장


전주말 발표된 100개 공공기관 및 기관장에 대한 ‘2010년도 경영평가’ 결과를 놓고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잦은 고장과 연이은 사고로 ‘고속철’이 아닌 ‘사고철’을 운영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철도공사는 오히려 전년보다 한단계 상승한 B등급을 받아 안도하는 분위기다.

보금자리주택과 세종시 등 각종 국책사업 수행으로 지난 2009년 통합출범 첫해 108조원에서 지난해 125조원으로 부채 규모가 늘어난 LH공사의 경우 새삼스럽지도 않은(?) 재무실적 때문에 전년 최상위(A등급)에서 C등급으로 급전 직하했다.

4대강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전년과 같은 A등급을 받았지만, 8조원의 자체 예산을 순차적으로 선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성적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전 서울시 부시장 출신의 교통 전문가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한국도로공사는 ‘CEO 효과’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이 처럼 한국 대표 공기업들이 경영평가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500%에서 200%까지 차등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기업들은 매년 1월 실적보고서 작성을 시작으로 6월 평가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일년의 절반 정도를 경영평가에 매달린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이 해임되고, 직원들의 성과급도 1000만~2000만원씩 차이가 난다”며 “이렇다 보니, 감사원 감사나 국회 국정감사 보다 경영평가에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영평가 제도는 공기업 경영효율성과 대국민서비스 향상을 위해 정부가 지난 1984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공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국민서비스 향상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공기업의 1년 농사를 정당하게 측정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나 제도운용에 대한 개선 필요성과 함께 기관간 과당경쟁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실제로 동일 평가군에 속하는 공기업 간 직원 숫자가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1만 6000명에 이르고, 매출액도 600억원대에서 20조원 이상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들 기관에 똑같은 평가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되짚어 봐야한다. 철도와 주택, 수자원, 도로, 항만 등 각기 다른 고유업무를 갖고 있는 공기업을 ‘정량평가’ 위주(비중 55%)로 순위를 매기는 것도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여지가 많다.

매출이나 순이익 등 재무성과가 공기업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된다면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강조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주택 한채 짓는데 9300만원씩 금융부채가 늘어나는 구조인 LH공사가 임대주택 건설을 줄이는 구실을 찾는 것은 어렵잖은 일이다.

공공기관 평가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경영 성적표와 함께 업무수행의 난이도와 공공성, 국민생활 기여도 반영비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에 방만경영과 모럴해저드를 점검할 수 있는 표준지표를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영평가를 통해 공기업이 명실상부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임무다.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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