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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시장이 투명해야 국민이 행복하다
권진봉 한국감정원장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286개다. 우리는 공공기관을 일상에서 공기업이라 부른다. 공기업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인도 출신의 라마나담(Ramanadham) 교수는 “공기업이란 공공성과 기업성의 요소를 결합한 조직체”라고 정의한다. 정의의 요체는 사기업의 경영목적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임에 반해, 공기업은 공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은 사적 자치의 폐단에 대한 반성과 공공성에 입각한 자원배분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늘어났다. 과거에는 취약한 민간 경제를 대신해 물품 등을 공급하는 양상이 컸으나, 이제는 시장의 수요에만 응하는 사기업에 맡겨 두기 보다는 전체사회를 대표해 공정성을 반영하는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공기업이다. 1969년 창립 이래 국가와 금융기관 등 민간에서 소요되는 부동산 감정평가, SOC 관련 보상평가, 기업가치평가 등을 수행하면서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에 기여해 왔다. 공기업이기에 일부 지점의 적자를 자체적으로 감내하며, 국민의 편익을 위해 격지에까지 지점을 운영해 왔으며, 현재 부동산 조사ㆍ통계 전문기관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기업도 커졌다. 민간평가조직의 형태도 개인사무소와 합명법인의 형태에서 일부 주식회사의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1989년의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 제정 이후에는 지가공시를 위한 업무에 감정평가사를 활용하면서 감정평가사의 모임인 협회에서 지가공시 관련 부대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평가조직은 사기업이었고 협회는 민간인과 민간기업의 사단법인이었다. 부동산은 사회적ㆍ공공적 성격이 강한 재화이지만, 이를 다루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영리추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에서 그동안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어 국회, 국가권익위원회, 감사원, 언론 등에서 부실평가, 과다ㆍ과소평가 등 감정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에 국가권익위원회가 2008년 말에 ‘부동산 감정평가 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국토해양부와 금융위원회에 제도개선을 권고하게 되었고, 국토부는 ‘감정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수립해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선진화 방안은 사업자단체인 협회가 타당성 조사 등 공적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검증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으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 혼재로 공기업인 감정원의 역할이 미흡하였다는 것과 부동산 가격정보의 생산ㆍ관리주체가 감정원, LH공사, 협회로 흩어져 있어 정책지원 기능이 미흡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정부는 감정원의 공적기능을 강화하고 사적기능을 축소해 제3자적 입장에서 감정평가 타당성조사, 감정평가업자 추천ㆍ심사, 연구개발과 교육 등을 수행토록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또 흩어져 있는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와 DB 등 통계생산을 통합ㆍ총괄하게 해 부동산 가격조사체계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서 예산을 절감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함은 물론 정부의 정책지원기능을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담긴 ‘부동산가격공시및감정평가에관한법률’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전체사회를 대표해 공정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공기업이 제역할을 다할 때 시장은 공정해지고 투명성은 높아진다. 한국감정원이 공기업으로서 제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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