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재정위기 겪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그리스 사태 해법을 놓고 ‘운명의 한주’를 맞았다.
21일로 예정된 긴급 정상회의에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안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유럽 경제는 전면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정상회의 분수령=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1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사태에 대한 논의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장이 요동치자 21일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의 초점이 “유로존 금융 안정과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 제공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17일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는 긴급한 필요성에 의해 개최되는 것”이라며 “독일은 이번 회의에서 유로존 안정을 우선시하고 그리스에 대한 새로운 구제 금융 프로그램도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 채권단 동참 협상이) 성과를 내야만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회의와 관련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제 유럽이 깨어날 때가 됐다”면서 “그리스 채무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AFP통신은 18일 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 재정위기는 유럽 경제 3, 4위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위기로 그리스가 유로화 사용을 중단하면 유로존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번주가 유로권의 운명의 한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의 도달까지는 첩첩산중=하지만 그리스 위기 해법과 관련 유럽중앙은행(ECB)과 EU 회원국들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번 정상회의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와 독일을 메르켈 총리와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18일 독일판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된 채권은 받을 수 없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며 “유로존의 다른 정부들이 책임을 지고 유로권 보호를 위해 (ECB가) 수용할 수 있는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민간 채권단이 일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메르켈 독일 총리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이자 ECB 이사인 이브 메르시도 17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대한 추가구제금융 제공 결정이 늦어질 경우 유로화가 전면적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민간 부문의 참여는 (그리스 구제금융 제공 논의를) 시작하는 전제조건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21일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문제가 조속히 매듭을 지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자금조달 방식과 조건을 두고 EU 금융당국과 각 정부 사이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합의 도출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도 지난 15일 발표된 유럽 은행 90곳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가 부실하다는 평가 속에 이번 정상회의에서까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안이 불발될 경우 유럽 재정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