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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지진 충격파…日 고층아파트 값 ‘폭락’
富의 상징서 공포 대상으로

아파트 탈출 러시


지반 액상화 현상 심각

임해지역 재개발 바람 ‘찬물’

도쿄 주상복합 물거품 위기




일본 대지진이 ‘부(富)의 상징’이던 고층 아파트 값을 무너뜨리고 있다. 대지진 이후 높은 곳에 사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일본 주민들의 고층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바닷가 주변을 기피하는 등 ‘3ㆍ11 대지진’이 일본인들의 주거패턴을 바꾸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는 도쿄에 살고 있는 한 부부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일본인들에게 그동안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고층 아파트가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외면받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도했다.

미국인 남편 필립 브레이서와 함께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쓰부쿠 마사코 씨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24층 대형 아파트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후지산 풍경을 바라볼 수 없다.

일본 주택시장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3ㆍ11 동일본대지진 당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아찔한 상황을 떠올리면서 “지상에서 떨어져 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마침내 깨달았다”며 “더 이상 고층 아파트가 사람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지진 이후 도쿄의 고층 아파트 가격은 폭락했다. 도쿄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도쿄의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 값은 전년 대비 39.5% 떨어졌다. 대지진 직후인 4월에는 무려 82.8%나 급락했다.

고층 아파트 가격 폭락은 도쿄 전역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4월 아파트 가격이 27.3% 떨어지더니 5월에는 3.6%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쓰부쿠 부부는 결국 지난달 후지산 전망을 버리고 수도 외곽 3층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쓰부쿠 씨는 “이제야 비로소 안전한 느낌”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대지진은 바닷가 주변 재개발 바람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도쿄만 인근 상가지역을 초호화 마천루 주상복합타운으로 탈바꿈시켜려는 개발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수십억달러짜리 공사가 물거품 위기에 처했다.

이런 분위기를 대변하듯 부동산중개업자들은 “대지진ㆍ쓰나미 참사 이후 고층보다 저층, 해안보다 시내에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의 싱크탱크인 NLI리서치연구소 마쓰무라 도루 부동산투자팀장은 “더 이상 아무도 멋진 조망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대규모 지진이 또 일어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먼저 묻는다”고 말했다.

대지진은 임해지역 지반의 불안전성에도 경종을 울렸다. 도쿄 인근 지바 현의 우라야스 시는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로, 지진 당시 지반이 유체처럼 물러지는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 지역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도로 위로 진흙과 물이 범람하고 수도관이 드러나면서 아파트 주차장이 침몰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지역에 위치한 도쿄디즈니랜드는 액상화 피해로 대지진 이후 한 달간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우라야스 시의 12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소가와 마사루 씨는 “이 지역에 산다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며 “발 딛는 땅이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이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개발업자들은 건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액상화 지역 건물의 불안전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어 주민들의 탈출 러시를 막지 못하고 있다.

한편 대지진 발생 이후 초고층 빌딩의 지진 대비 작업도 활발하다. 신주쿠에 위치한 48층짜리 도쿄도청사는 지진 당시 15분간 건물이 흔들린 점을 감안해 5040만달러를 들여 유압완충기(유압으로 진동을 줄이는 장치) 150개를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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