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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솔롱고스가 고비사막을 가다
가까운 자원대국으로서

민족공유감 갖는 국가로서

북방정책 전초지 역할로서

몽골에 더 다가서는 노력을




끝없는 지평선을 향해 달리던 봉고차 안에서 한 친구가 문득 귀에 익은 노래를 나지막이 부른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돈도 명예도 애인도 다 싫다/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 세상…” 서글픈 가사가 더 이어지려 하자 다른 친구가 불현듯 제지했다. "그만둬, 좋은 곡에 왜 퇴폐적 가사를 붙였을까. 드넓은 초원이 다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구먼."따져 보니 그렇다. 지금 우리 대학동기생 5명은 모처럼 지엄한 사모님들을 모시고 광활한 몽골의 고비사막 600km를 질주하는 중이다. 비포장도로, 아니 먼저 간 자동차 타이어 자국을 따라 길 아닌 길을 달리는 우리지만 마음은 한껏 젊어진 상태다. 굳이 한국전쟁 전후 삭막했던 시절의 어두운 노랫말을 들먹일 이유는 없다. 게다가 원곡은 루마니아의 이바노비치가 작곡한 ‘도나우 강의 잔물결’ 아닌가.

하지만 그날 우리 주변은 노래가 나올 만큼 온통 광야였다. 서울에서 3시간을 날아 몽골의 울란바토르에 오고 여기서 다시 1시간 반을 34인승 프로펠러 비행기에 몸을 맡기니, 그렇게 말로만 듣던 고비사막에 도착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로, 소설로 듣고 보던 고비사막은, 그러나 모래 대신 작은 풀들이 드문드문 군락을 이룬 황량한 대초원이다. 성경 속 모세가 헤맸던 광야도 이와 비슷하리라. 이 초원을 포함, 지금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 2200달러에 불과한 한반도의 7.5배 넓이 몽골에 세계 7대 자원국의 무진장한 광물들이 묻혀 있다니 새삼 경이롭다.

석탄공사가 한몽에너지를 세워 홋고르 탄광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나, 타반톨고의 세계 최대 유연탄 광산 개발에 한국 일본 러시아가 컨소시엄으로 참가하려는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바야흐로 세계 열강이 몽골의 자원 개발에 하나같이 침을 흘리기 때문이다. K팝에 열광하는 몽골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몽골의 저변을 파고들면 된다. 몽골반점을 공유하는 민족으로서 낮은 단계의 연방국가 형성은 왜 꼭 꿈일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인구 280만명이 불모지 156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솔롱고스 나라로 친근히 여기는 몽골에 대해 한국의 뜻있는 청년들, 벤처들, 대기업들이 지금껏 소홀했던 게 궁금해진다. 국내 체류 몽골인은 3만명, 우리는 3000명 정도밖에 가 있지 않다. 지금도 늦지 않다. 국제협력단(KOIKA)의 젊은 지원자들이 벌써부터 이 대초원에 들어와 몽골리안들과 친교를 맺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가, 개척가로서 평가할 만하다. 국내에서 비정규직, 실업의 아픔을 이런 광야에서 해소할 수 없을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는 물론 정부와 진취적 대기업들의 국제적ㆍ사회적ㆍ기업가적 정신이 뒷받침할 때 빛을 보기 쉬울 것이다.

울란바토르의 최고 리조트 식당인 서울클럽은 수시로 몽골 대통령 등 고위층이 사교 모임을 갖는다. 한국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다녀갔고 MB는 서울시장 시절 방문했다. 이곳 사장인 우형민 씨는 16년 전 달랑 3000여만원을 갖고 몽골로 이주, 작은 식당에서부터 이런 최고급 리조트형 식당을 일궈냈다. 지금은 아파트와 빌딩 등 건설업에 본격 진출, 자원개발과 함께 고성장 추세인 몽골 붐을 타려 한다.

고비사막의 첫밤은 당연히 게르였다. 몽골 유목민들의 전통 가옥인 게르에서의 숙박은 걱정 반 호기심 반이다. 쪽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운데 천장이 뻥 뚫린 실내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내부보다는 대초원에 지는 석양과 밤하늘에 쏟아질 듯 촘촘한 별무리, 선명한 북두칠성이 감탄을 자아낸다. 별만 보고 가도 여행비는 나왔다고 누군가 속삭인다. 저마다 북두칠성이 자기 게르에 걸려 있다는 고집쯤이야 차라리 애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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