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주권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싱다오르바오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20일 아세안과 중국 측 고위 인사들은 아세안 정례회동이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따로 만나 ‘남해(남중국해) 행위선언’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해당지역을 중국과 아세안간의 평화와 우의ㆍ협력의 바다로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세안과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21일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회담 후 중국의 류젠민(劉建民) 외교부 부부장은 “중요한 진전이며 중국과 아세안의 협력에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베트남 외교부 팜꾸앙빈 대표는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 초안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남중국해 협력 가이드라인은 2002년 이후 10년 가까이 추진됐지만 당사국 모두 합의한 남중국해 영역 조례를 공표하는 최종 목표는 실현하지 못한 채 원칙적인 합의만 이뤄왔다.
중국은 서사군도와 남사군도를 포함해 남중국해 거의 전부를 자국 수역으로 규정한 반면, 필리핀은 분쟁수역 결정에 유엔 중재를 요구하는 등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중국해는 석유 등 막대한 천연자원의 보고 인데다 군사적 중요성 때문에 해당 국가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특히 베트남, 필리핀, 중국은 군사훈련의 강도를 높이며 갈등이 고조 돼 왔고, 미국을 끌어들이면서 중국과 미국간 대립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3일 미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도 남중국해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협력 가이드라인의 합의가 이뤄진 20일 필리핀 국회의원들이 전세기를 동원해 남사군도의 한 섬을 방문해 자국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는 주권 지키기 이벤트를 벌여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을 샀다.
중국 반관영통신 중궈신원에 따르면 필리핀 군 고위자의 동행하에 국회의원 4명과 언론사 기자들을 포함한 24명이 2대의 전세기에 나눠타고 이날 오전 10시경 남사군도의 중예다오에 올랐다. 이들은 국기를 꺼내들고 국가를 부르는 주권 지킴이 의식을 거행한 후 오후 2시40분께 섬을 떠났다. 이 의식에 참가한 한 국회의원은 “군과 국민의 사기를 북돋우는 임무를 완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의 마차오쉬 대변인은 “중국의 영토 주권을 침범한 행위”라며 항의하는 내용의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한희라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