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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지 않은 물량 몰아주기 해법
물량 몰아주기는 보통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회사가 집단 내 특정 계열회사에 사업물량을 집중시킴으로써 대규모 거래관계를 형성ㆍ유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이러한 물량 몰아주기가 대규모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 및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과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우선 시장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생산효율 면에서 중소기업에 경쟁력이 있는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 이런 업종에 대기업의 시장참여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한동안 법적으로 관리되던 중소기업고유업종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결국 폐지됐던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대기업의 중소기업형 시장 진입을 기업결합 심사단계에서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남아 있다. 대규모 회사가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이 3분의 2 이상인 거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5%가 넘는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추정, 규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회사의 시장진입이 중소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이 규정을 활용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다음은 사업자가 물량 몰아주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내년 4월 15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 상법에는 이사가 회사에 유리한 사업기회를 친인척 등에게 몰아주지 못하도록 회사기회유용 금지조항이 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 시 사전에 이사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요건을 강화, 부당 내부거래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다만 기업들이 법을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내부거래 시 사전 동의가 필요한 거래규모나 회사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물량 몰아주기 행위를 저지를 경우 공정거래 차원에서 조사ㆍ시정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물량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상 특히 문제되는 것은 이러한 행위로 물량 공급자나 지원받은 사업자가 속한 시장에서 다른 경쟁자의 접근이 봉쇄돼 더 이상 공정 경쟁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업종에서 대기업에 의해 이러한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중소기업은 결국 경쟁에서 배제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에서는 물량 몰아주기를 부당지원 행위의 한 유형으로 보아 규제하고 있다. 사업자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상품이나 용역을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현실적인 문제는 ‘현저한 규모’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할 것인지, ‘부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경쟁제한성과 공정거래저해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입증할 것인지 등이 관건이다. 지원주체에게 발생하는 비용절감, 품질개선 등 효율성증대 효과가 더 큰 것은 아닌지 등을 고려해야 하고, 행위의 목적이나 지원의도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
물량 몰아주기로 계열회사 또는 그 지배주주들이 거둬들인 이득에 대한 적정한 과세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문제는 부당지원금액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행위의 부당성과 현저성, 지원의도 등에 대한 판단이 전제돼야 하며 지원성 거래규모와 지원효과에 대한 검토가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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