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사이 유럽에서는 극우세력이 다시금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던 등에서 극우 정당이 전례 없는 약진을 펼쳤고, 30년 가까이 찾아보기 힘들었던 젊은 극우세력들의 시위 현장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유럽 각국 정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스러운 트렌드’지만 있을 수 있는 일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지난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연쇄 테러가 발생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반(反)이민 정서로 극우세력 득세= 안톤 베르너 독일 수출협회(BGA) 회장은 “발전 지속을 위해 이민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이민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유럽인들도 적지 않다.
특히 경제 하락기 상황에서 이민에 대한 불만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하고 있다. 최근 유럽이 재정위기로 흔들리면서 취업과 사회보장 측면에서 이민자들은 ‘경쟁자’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화에 대한 불만도 극우세력을 키워내고 있다. 글로벌화로 인해 고용시장이 악화되고 임금체계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힘을 키워가고 있다. FT는 이들 극우 정당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는 있지 않지만, 정치적 권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극단적인 국수주의 성향을 띄고 있는 노르웨이 진보당은 지난 2009년 9월 실시된 총선에서 22.9%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의회 내 의석 수가 두번째로 많은 제2정당으로 부상했다.
핀란드 역시 지난 4월 실시된 총선에서는 극우성향인 ‘진짜 핀란드인’이 2007년 총선(4.1%) 때보다 5배 가까운 19%의 득표율을 얻으며 제3당의 위치에 올랐고, 스웨던도 지난해 9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5.7%의 득표율로 사상 처음 원내에 진입했다.
◆‘열린 유럽’ 이제 끝?= 최근 10년 사이 극우세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다문화ㆍ다민족에 관대했던 유럽도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 연쇄 테러 이후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노르웨이 테러 하루 뒤인 23일부터 벨기에는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벨기에는 전체 인구의 6%에 달하는 64만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는 나라지만, 프랑스(4월)에 이어 니캅과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두 번째 유럽 국가가 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11월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이슬람 사원(모스크)의 상징적 건축물인 미나레트(첨탑) 건설 금지 조항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 독일에서는 지난해 독일연방은행(분데스방크) 부총재를 지낸 틸로 사라친가 발간한 다문화 정책을 비판하는 책(‘Deutschland schafft sich ab’)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유럽 정치 지도자들의 다문화 정책 포기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지도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자국의 다문화 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