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 사유는 SEC의 금융규제…아시아 외환위기 주범·기부왕 등 ‘두 얼굴’엇갈린 평가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80)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펀드매니저 사업을 접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돈을 굴리는 사업을 그만둘 뿐, 자신과 가족의 자금은 그대로 운용한다. 이 같은 결정은 오는 2012년 3월 발효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새로운 금융규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로스의 아들인 조너선과 로버트 공동 부회장은 2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가족 외 다른 투자자들의 자산을 운용하기 어려운, 유감스러운 결과를 낳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 소로스는 왜 하필이면 현재 시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소로스가 운용 수수료가 아쉬워 헤지펀드를 운용해왔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중 한 사람으로, 올 초 포브스에서 발표한 그의 순자산은(2011년 3월 기준) 145억달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아직 감지되지 않은 시장 상황을 소로스가 일찌감치 짐작하고 행동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소로스는 퀀텀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255억달러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75%를 현금화했다. 이 같은 소로스의 현금비중 확대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퀀텀펀드는 매년 2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업계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수익률이 2.5%에 불과했고 올 상반기에는 6%의 손실을 기록했다.
소로스의 행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데는 그에 대한 극과 극의 평가가 한몫을 한다. ‘천재 투자자’ ‘20세기 최고의 사기꾼’ ‘기부왕’ 등이 바로 그를 표현하는 수식어들이다.
헝가리 태생인 소로스는 1922년 유럽 각국의 통화가 불안해진 틈을 타 영국 파운드화를 집중 투매해 며칠 만에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일명 ‘파운드 전쟁’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그는 전 세계에 악명을 떨쳤다. 또 지난 1997년 태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까지 외환위기에 빠뜨린 국제 환투기 세력의 주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소로스는 지난해 3억3200만달러를 자신이 설립한 자선단체인 ‘오픈 소사이어티’에 기부해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진정 은퇴의 길로 들어설지, 또 다른 대박을 꿈꿀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