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디폴트. 채무불이행) 사태를 면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2개월 동안 정치권이 드러낸 극명한 분열은 미국 경제 신뢰성에 이미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문제의 발단은?=미국의 디폴트 위기는 공화당이 재정적자 감축 협상에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문제를 연계시키면서 불거졌다. 앞으로 10년간 공화당이 원하는 대로 정부가 지출을 축소해 적자를 줄여주면 부채한도를 그만큼 높여주겠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방법론에서부터 어긋났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세금 인상을 통해, 공화당은 사회복지 지출을 줄여 해결하자고 주장해 왔다.
▶협상을 오래 끌어온 이유는?=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7년 부채 상한을 올릴 때 반드시 의회 승인을 받도록 정했다. 전쟁비용 조달이 최우선 과제였던 당시 도입된 이 법의 취지는 국채를 발행할 때마다 번거롭게 의회 승인을 받을 필요없이 의회가 상한선만 정해두고 재무부가 재량껏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 부채가 사상 최대로 늘어난 데다 상ㆍ하원이 거의 절반씩 나뉘어 있어 합의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번 의회에서 공화당 신진 세력으로 떠오른 ‘티파티(Tea Party)’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도 합의의 걸림돌이었다.
▶티파티의 파워는?=티파티는 지난해 총선에서 데뷔한 ‘보수주의 풀뿌리 시민운동’ 세력이다. 하원 의원 435명 중 공화당 의원은 240명이며 이 중 약 50명이 티파티 운동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반(反)오바마 정서에서 출발했으나 이들은 이제 미국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베이너 하원의장의 2단계 부채증액안 표결이 한 차례 연기된 것이 바로 티파티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베이너 의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막후 협상을 사실상 중단시킨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일약 티파티의 영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