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속도와 세계 최장을 자랑하던 중국 고속철이 안전을 위해 자존심을 접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재로 열린 10일 중국 국무원 상무회의는 최근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고속철의 운행 속도를 대폭 낮추고 안전검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직후 성광주(盛光祖) 철도부장은 감속 조치 등을 담은 고속철 방안을 발표했다. 성 부장은 “시속 350km로 달리도록 설계된 고속철은 시속 300km로, 시속 250km 고속철은 시속 200km로, 시속 200㎞ 고속철은 160㎞로 속도를 낮춰 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9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알려진다.
시속을 약 50㎞씩 낮추면 베이징과 상하이를 오가는 징후고속철은 기존 4시간 48분에서 7시간 56분으로, 우한과 광저우를 오가는 우광고속철은 3시간 33분에서 6시간 3분으로 소요시간이 3시간 가량 늘어날 예정이다. 감속운행으로 표값 인하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고속철 도입 초기에 일정기간 감속 운행을 한 후 점차 속도를 늘리기로 했다. 또 신규 철도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고 현재 건설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안전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 안전감사국이 직접 파견된다.
지난 7월 23일 40명이 사망하고 192명이 부상한 원저우 인근 고속철 사고 조사팀도 보강했다. 조사팀 부팀장을 기존 5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고, 철도부의 펑카이저우(彭開宙) 부부장을 빼내고 정치협상회의 소속 기술 전문가들을 포진시켰다.
세계 최고 속도를 최단시간에 실현한 고속철은 중국의 자존심이었다. 고속철 선진국인 일본이 시속 240㎞에서 300㎞로 속도를 끌어 올리는데 47년이 걸린 반면, 중국은 고속철 개발 7년 만에 350㎞를 실현하는 쾌거를 이뤘다.
더욱이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개통한 베이징~톈진 구간 징진고속철이 중국의 첫 고속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운행 경험은 3년 밖에 안된다. 이처럼 뒤늦게 고속철 건설 대열에 합류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을 개통해 명실상부한 고속철 강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창건일을 앞두고 무리하게 개통한 징후고속철이 개통 11일 만에 사고를 낸데 이어, 원저우 구간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무리한 속도전이 부른 인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징후고속철은 여섯차례의 사고에 이어 10일에도 상하이 훙차오(紅橋)역을 출발하려던 G14편 고속열차가 갑작스런 고장으로 50분이 연착 돼 일곱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졸속 공사’ 비난을 의식한듯 중국 철도 당국은 듯 제26회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U대회)에 앞서 개통하겠다던 광저우~선전간 고속철 개통을 9월 이후로 연기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