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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실적·수출차질 암운…증시악재, 꼬리에 꼬리를 물다
한숨 돌린 국내 증시

이번엔 프랑스 악재에 충격

탄탄하던‘ 뿌리’까지 흔들

유럽등 선진국 경기악화

수출비중 높은 한국경제

주가에 악영향 불가피

기업들 이익 감소로 이어져

유럽과 미국을 번갈아가며 터지는 해외 악재로 국내 증시는 바람 잘 날이 없다. 10일에는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 프랑스발 국가신용 우려까지 터지며 ‘버냉키 효과’를 하루 만에 집어삼켰다. 외풍이 하도 거세다 보니 이젠 탄탄하던 뿌리까지 흔들릴 지경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이던 기업이익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선진국 경기가 나쁘고, 중국도 여전히 물가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과연 수출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이는 폭락으로 높아졌던 국내 증시의 가격(valuation) 매력을 또다시 낮추는 악순환을 예고하고 있어 의미심장하다.

10일 종가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저점과 거의 같다. 이익전망이 맞다면 지금은 기술적으로 반등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기업이익 전망이 틀리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가총액이 이익의 몇 배냐가 PER인데, 이익이 줄어들면 PER는 높아진다. 수출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이익모멘텀과 직결되는 재료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다. 미국 연준이 향후 2년간 경기부진을 시인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국의 GDP성장률 전망이 추가로 하향됐고, 연간 하향폭도 2003년 이후 가장 크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GDP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우리나라 GDP도 0.4%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 기업실적 전망도 추가 하향이 불가피하다. 국내 증시 이익모멘텀에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원선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2000~2010년 10년간 우리 기업들의 실적 하향 경우는 8번이며, 평균 13% 하향조정됐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을 제외하면 9.2%다. 이번에도 10% 내외의 실적하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 한국의 이익추정 불확실성이 사상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이 수치가 직전 고점보다 높아졌을 때 주가의 조정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익이 불안하다 보니 아무리 주가가 하락했다지만 섣불리 저가매수에 나설 수 없는 형편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연기금 등이 섣불리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이들 역시 바닥이 어딘지 모른다는 뜻이다.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투자매력은 수익률 차이(yeild gap)으로 표현하는데, 주식투자 기대수익률과 국고채3년물 수익률과의 차이다. 주식투자 기대수익률은 PER의 역수다. PER 8배라면 연 12.5%다. 국고3년물의 10일 수익률은 3.45%다. 수익률차이는 9.05%로 역사적 평균 5.7%보다 높다. 하지만 PER가 흔들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익이 줄어들어 PER가 9배가 되면 이 수치(11-3.45)는 7.55%까지, 10배면 6.55%로 낮아진다. 역사적 평균보다는 높지만 상대매력이 더 줄어들 수 있는데 과감히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물론 국고3년물 금리가 더 떨어질 여지도 있지만, 기준금리(3.25%)라는 ‘벽’이 있다.

그렇다고 내수기업들의 실적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미국이 2년간 저금리를 유지키로 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도 긴축으로 가기 어려워졌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물가잡기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수기업들의 수익성이 제한될 전망이다. 당장 7월부터 계속된 장마와 폭우 등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급등이 예상되는데, 이는 가계소득 감소와 소비여력 위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주의 경우에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내수주가 비교적 이번 폭락장에서 선방은 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반등장 대비 추천종목 가운데 비중이 가장 작은 것도 이 때문이다.

홍기석 삼성운용 LT주식 2팀장은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경기부양책의 효과와 강도에 따라 기업실적 전망의 기초가 되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고, 이에 따라 증시가 적정한 가격수준을 형성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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